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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옥관의 시와 함께] 너를 그리고 싶다 / 박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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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가고 처음 생리가 찾아와 자리가 축축이 젖어 있었다. 소용돌이처럼 사정없이 쏟아내는 범람. 석고처럼 웅크리고 앉아 달아난 시간들을 꿰면서 당신 속으로 자꾸 파고드는 새벽 두 시. 여전히 내 심장 속에서 불타고 있었고 내 온 몸에서 꽃 피워내고 있었다.

드디어 꽃 숲 뒤에서 그가 말했다.

―그려내 봐, 피워내 봐.

몸은 체면이 없다, 염치도 없다. 바로 엊그제 그를 차가운 산자락에 묻었는데 어쩌자고 붉은 몸꽃을 이리 피워대는가. 몸과 마음은 서로 다른 집에 남남처럼 사는 모양이다. 마음은 석고처럼 웅크려 굳어있는데 몸은 어찌하여 저 혼자 뜨거워 사정없이 피를 쏟아내는가. 마음은 몸의 사정을 모르고 몸은 마음의 형편을 모르니 몸과 마음은 늘 어긋날 수밖에.

그러나 몸과 마음이 가끔씩 만나는 순간이 있으니, "엊저녁 살며시 이불 들추고 내 몸 쓰다듬던 손길, 그냥 모른 척 눈 감고 있었지요. 먼 길 또 어떻게 왔나 물어보지도 않았지요. 내 몸이 허할 때마다 찾아와 만져주는 그윽함"(「편지 1」)을 느낄 때, 몸과 마음은 비로소 일심동체가 된다.

그렇다 하더라도 너무 자주 그를 그려내고, 피워내서는 곤란할 터. 부부가 유별하듯 삶과 죽음이 유별하므로. 우리는 우리 몫의 삶을 반드시 살아내고 가야 하므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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