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다문화가정 체험수기] 가작-즐거운 한국 생활

즐거운 한국 생활

안녕하세요!

저는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시집을 온 두티감입니다. 제 이름은 감이지만 모두들 저보고 '예쁜 새댁'이라고 부릅니다. 처음에는 이유를 몰랐지만 지금은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알 수 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곳은 경북 의성군 봉양면 장대리라는 20여가구가 살고 있는 조그마한 시골의 농촌 마을입니다. 이 동네에는 모두 다 나이 드신 노인들이고 젊은 여자가 저 하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이 동네에서는 제일 젊고 예쁩니다.

4년 5개월 전 저는 결혼과 동시에 남편 하나만 믿고 멀고 먼 한국 땅을 디디게 되었습니다. 제가 고등학교 2학년 다니고 있을 때 저희 집은 자꾸만 가난해져 갔습니다. 왜냐하면 농사를 조금 짓고 있는 우리 집은 식구는 많고 오빠들도 학교 졸업 후 직업을 구하지 못해 돈을 벌지 못했으며 아버지의 병이 자꾸만 심해져 돈 들어갈 데는 늘어만 갔습니다.

저는 학교에 가서도 공부가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공부를 잘하지도 못했지만 사춘기 소녀였던, 멋 부리기 좋아했던 저는 모든 게 짜증나고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동네의 한 아주머니가 "감아, 너 한국에 시집 가보지 않을래?"하고 말씀을 하셨습니다.

한국은 잘 사는 나라인데, 한국으로 시집을 가면 친정을 도와줄 수 있다는 말도 솔깃했지만 솔직히 저는 호기심 많은 나이인지라 한국이라는 나라를 동경하여 시집을 가겠다고 말을 해버렸습니다.

철없는 저는 그날 이후로 빨리 한국으로 오고 싶어 다니던 학교도 중퇴해 버리고 새로운 세계에 대해 마음이 붕 떠서 들떠 있었습니다. 이런 저를 보고 어머니는 걱정이 늘어났지만 저는 철이 없어서 어머니에게 짜증을 부렸습니다.

4년 5개월이 지난 지금 저는 한 아이의 엄마가 되어 생각을 해보니 그때의 철없던 행동이 너무도 부끄러웠습니다. 지금에 와서야 어머니가 저를 걱정했던 마음이 조금은 이해가 됩니다.

"사랑하는 엄마, 멀리 시집가는 저를 얼마나 걱정하셨어요? 이제 제 걱정은 하지 마세요. 저는 이곳에서 잘 살고 있습니다."

처음 제가 한국에 도착하여 신랑을 따라 집에 들어선 순간 저는 너무도 실망을 하였습니다. 제가 막연히 동경하였던 발전되고 화려한 한국이 아니라 그저 제가 살았던 베트남의 시골 마을과 비슷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날씨도 베트남은 바람이 불어 시원했지만 한국의 여름은 바람이 불지 않아 너무도 덥고 짜증이 났습니다. 게다가 음식은 매워서 도저히 먹을 수도 없었고 맞지 않아 먹는 대로 설사가 나곤 해서 너무도 힘이 들었습니다.

학교만 다니며 한 번도 음식을 만들어 본 적도 없이 어머니에게 투정만 부리던 막내였던 저는 엄마가 너무나도 보고 싶고 떠나온 학교와 친구들, 고향의 모든 것이 그립기만 하였습니다. 그러던 중 군청에서 결혼이주여성들에게 가정을 방문하여 한글을 가르쳐 준다는 말을 듣고 신청을 하였습니다.

처음 배우는 한글은 너무도 어려웠지만 배울수록 재미가 있어서 저는 열심히 공부를 했습니다. 이렇게 열심히 공부했다면 베트남에서 아마도 1등을 하였을 것입니다.

한글을 배우면서 저는 점차 이곳 생활에 적응되었고 여러 곳에서 실시하는 프로그램에 등록하여 베트남에서 시집 온 고국의 동포들을 만나면서 활기를 되찾아 갔습니다.

그러던 중 임신을 하게 되었고 귀엽고 예쁜 딸 서영이를 낳아 이젠 한 아이의 엄마가 되었습니다.

한국생활 4년 5개월이 지난 지금 아직도 한글은 나에게는 어렵지만 열심히 공부한 덕에 모든 책을 읽을 수 있고 TV드라마도 다 알아듣습니다.

이제는 한국음식도 잘합니다. 식혜도 만들 줄 알고 부침개도 잘 만듭니다. 김치도 잘 만들 수 있습니다.

명랑하고 활달했던 저는 지금은 보건소 국제결혼이주 통역요원으로 2년째 활동하고 있습니다. 비록 일주일에 한번 출근하고 돈도 얼마 되지 않지만 저는 매우 좋습니다.

모두들 저에게 잘 대해 주시고 베트남에서 시집을 온 고국의 동포들을 만나 그들이 살아가는 이런저런 이야기도 들을 수 있고 그들의 고민도 듣고 보건소 선생님들에게 말씀드려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해결해 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젠 경상도 사투리도 제법 합니다. "할매요, 할배요, 아지매요"라는 말은 일상용어가 되었습니다.

저에게는 꿈이 한 가지 있습니다. 저의 꿈은 국제결혼 중매인입니다. 조금 이상하지요? 하지만 저에게는 이유가 있습니다. 한국생활 4년 5개월 동안 저는 많은 것을 주변에서 보았습니다. 특히 속아서 바보에게 시집 온 사람, 술 먹고 주정 부리고 때리는 못된 남자, 구박하는 시집식구들 때문에 괴로워하던 여자 등 더 이상 꿈에 젖어 달콤한 한국생활을 꿈꾸는 들떠 있는 어린 나이의 베트남 아가씨들이 더 이상 속아서 결혼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한국과 베트남이 서로 좋은 사이로 영원히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두티감(베트남·경북 의성군 봉양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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