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후 8시쯤 경북대 인근 복현오거리 부근의 한 술집. 테이블 이곳저곳에서 술잔을 들며 '깐 베이(건배)'를 외치는 중국 학생들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업주 김모(42)씨는 "최근 중국인 유학생들이 부쩍 늘면서 간단한 중국말 몇 마디는 알아야 한다"고 했다. 업주들은 중국 특유의 공동체 문화를 감안해 중국인을 아르바이트생으로 고용하면 매상도 덩달아 늘어난다고 했다. 경북대 주변에만 아르바이트를 하는 중국 유학생들이 50여명 정도다.
◆캠퍼스는 국제도시=한국땅을 밟는 외국인 학생들이 늘어나면서 대학가 풍속도가 변하고 있다.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 동유럽 지역 학생들이 늘어나면서 다국적 언어와 문화가 뒤섞이며 '작은 UN'을 방불케하는 장(場)이 됐다. 이들 중 중국인 학생들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면서 대학가에는 중국 학생들을 위한 새로운 생활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경북대 어학원 김노주 원장은 "한국어 과정에는 외국인 학생들이 몰려 오전부터 오후 늦게까지 강의 일정이 빡빡하다"며 "중국인 학생들 경우 한국어 학습에 대한 열의가 매우 높고 성적도 뛰어나다"고 말했다. 경북대 어학원 경우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외국인 학생들을 위한 한국어 랭귀지 강좌가 열리는 데 수강생 중 90%가량이 중국 학생들이다.
경북대 인근에는 1년 전부터 중국인을 위한 요리점이 속속 문을 열고 있다. 중국인 유학생 천징(24·여)씨는 "최근 중국 음식점들이 4, 5군데 생겨 기분이 우울하거나 고향 생각날 때 친구들과 자주 찾는다"고 했다. 그녀가 즐겨 먹는 음식은 샤브샤브와 만두. 천징씨는 "이곳 음식은 중국 현지 음식과는 거리가 좀 있지만 중국 친구들이 모이는 아지트 역할을 한다"고 했다.
심지어 외국인 유학생들을 위한 사설 환전소까지 등장했다. 중국인 유학생 A(24)씨는 "이전엔 달서구 두류역의 중국 은행까지 가야 돈을 바꿀 수 있었는데, 요즘은 학교 앞 사설 환전소를 이용한다"며 "중국 유학생들은 사설환전소 명함을 가지고 다니며 전화를 통해 연락을 주고 받는다"고 귀띔했다.
계명대는 외국인 학생들을 위한 '인터내셔널 라운지'까지 만들었다. 외국인 학생들이 수업을 마치고 나면 국가별로, 같은 학과별로 삼삼오오 모여앉아 수다를 떠는 곳이다. 엘레나(27·여·러시아)씨는 "낮 12시 한국어 수업을 마치고 이곳에 들리면 그날 배웠던 회화와 모르는 부분에 대한 보충 수업이 자연스럽게 이뤄진다"고 했다.
◆넘쳐나는 외국인 학생들=외국인 학생들은 2000년을 기점으로 증가, 매년 가파른 상승세다. 대구대학교 국제교류처 강선구씨는 "10년 전과 비교하면 현재의 외국인 학생 수는 300배 이상 늘었다"며 "각 대학마다 학생수 감소를 대비해 외국인 학생 유치 활동을 경쟁적으로 펼쳤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대구의 외국인 학생들을 국가별로 살펴보면 중국인이 가장 많고 동남아시아권 학생들이 그 다음이다. 하지만 타국가 학생들을 모두 합쳐야 중국 학생수의 5분의 1 정도에 그치고 있다.
경북대에는 지난 10월 기준으로 어학교육원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325명의 외국인 학생 중에서 300명(92%)이 중국 학생들이다. 계명대 통상학과의 경우 640명의 재적인원 중 122명(19%)이 외국인으로 '글로벌 학과'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대학 관계자는 "한국어과정 등 잘 짜여진 학사일정과 체계적인 학생 관리가 입소문을 타면서 외국인 학생들이 앞으로도 계속 늘 것"이라고 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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