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응모작품 가운데 심사자의 눈길을 끈 이야기는 6편이었다. 이 6편의 작품들은 모두 나름대로 장점과 매력을 갖추고 있어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다. '땅친구 판식이'(이남영)는 야생다람쥐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을 그린 작품으로, 인물을 향한 작가의 따스한 눈길이 인상 깊었지만 작가의 눈길이 사람과 짐승의 조화로운 삶에 관한 진지한 탐구에 이르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하늘길'(유영신)은 재개발아파트를 둘러싼 할머니와 손자의 갈등과 화해를 다룬 작품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는 작가의 역량이 돋보이나 주제를 드러내는 데 너무 힘이 들어가 오히려 이야기의 재미가 줄어들지 않았는지 돌아보게 된다. '태산이'(윤자명)는 소의 처지에서 소싸움을 바라봄으로써 사람의 야만성을 비판한 좋은 글인데, 너무 결론에 빨리 이르려 서두른 느낌이 있다. '리모컨 할아버지'(김도영)와 '사인해 주세요'(이경순)는 인물들의 심리 변화를 잘 그려냈지만 다소 도식에 빠진 설정이 약점으로 보였다.
고심 끝에 홍우주씨의 '집 안의 작은 집'을 당선작으로 뽑는다. 이 작품은 가난하지만 따뜻한 마음씨를 지닌 주인집 아이와 셋집 아이의 우정을 그린 수작이다. 주인공들을 둘러싼 현실이 매섭고 팍팍하여 자칫 무거워질 만도 한 소재이건만 작가는 짐짓 딴전을 피우듯 가볍고 담담하게 이야기를 풀어 나가, 이것이 오히려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작가의 눈길이 한겨울 추위 속 모닥불처럼 따뜻하여 그 시선을 받은 등장인물들에게 생동감이 느껴지고, 밀도 있는 묘사는 이야기에 실감과 공감의 옷을 입히는 데 성공했다. 주인공들이 하나같이 '착하기만 한' 것과 끝부분에 가서 되레 긴장감이 풀어지는 점은 극복해야 할 약점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분의 다른 응모작품 '별종과 고놈'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누렁이에게'도 탄탄한 기본을 갖춘 수준작이어서 그 역량을 충분히 가늠케 한다. 이 작가가 앞으로 날카로운 현실감각까지 갖춘다면 우리 어린이문학판의 큰 재목으로 우뚝 설 수 있으리라 믿는다.
서정오(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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