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009 신춘문예] 수필 심사평

▲ 김종욱
▲ 김종욱
▲ 허창옥
▲ 허창옥

400편에 이르는 응모작품들을 읽으면서 많은 역작들을 만난 기쁨은 실로 컸다. 특히 20대 응모자가 적지 않았다는 게 고무적이다. 그들이 지키고 열어갈 수필의 미래는 창창할 것이란 믿음이 생겼다.

본심에 오른 20편 가운데 가려 뽑아 류재홍의 '소반', 사윤수의 '밥', 정성희의 '해원', 손길호의 '닭', 주인석의 '왈바리' 5편을 최종심에 올렸다. 문장, 소재와 주제의 참신성, 구성, 문학적 사유와 작품성 등 수필의 기본요소를 갖추었는가에 주목하였다. 진지한 토론과 고심 끝에 주인석의 '왈바리' 를 당선작으로 뽑았다.

'왈바리' 를 소재로 선택한 것이 절반의 성공이라고 하겠다. 왈바리를 통해 사회를 읽어내고 삶을 통찰하는 시선이 예사롭지가 않다. 서두와 도입부는 그 의미가 명징하고 힘이 있다. 이어지는 "얘는 기형이라요."에서 긴장의 끈을 팽팽히 당겨 읽는 이의 눈길을 잡는다. 어휘를 부려 쓰는 솜씨와 짜임새 있는 구성으로 글을 무리 없이 이끌어 갔다. 이 글의 장점은 수필의 기본에 충실하면서 문학성을 겸비하였다는 것이다. 복잡한 구조와 중첩된 서술 따위의 기교에 빠지지 않고 간결한 문장으로 차분하게 기술하여 울림이 큰 주제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하였다. 하지만 몇 군데 미흡한 표현이 눈에 띄었다. 그 점 과제로 남겨둔다.

'밥'은 깊은 사유와 성찰, 소재의 육화, 문학적 형상화에 성공한 작품이다. 다만 글의 중간에 보인 교훈적인 서술이 아쉬웠다. 당선작과 마지막까지 겨룬 작품이라는 점을 밝혀둔다. '해원' 또한 수작(秀作)이며 '소반'과 '닭'도 문학적 향기가 물씬 나는 작품이다. 응모하신 모든 분들의 정진을 빈다.

길은 멀다. 솜씨를 부리고 외연을 넓힐 기회는 그러므로 얼마든지 있을 터이다. 가장 중요한 덕목은 진정성을 잃지 않는 작가정신이다. 역량 있는 수필가로 성장하기를 기대하며 당선을 축하드린다.

김종욱, 허창옥(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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