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南 반정부 투쟁 선동한 北 신년사

북한이 어제 노동신문 등에 발표한 신년 공동사설에서 남한 내 친북세력들의 반정부 투쟁을 선동했다. "남조선 인민들은 보수 당국의 파쑈 통치를 쓸어버리는 투쟁의 불길을 더욱 세차게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매년 신년 사설이 상투적인 대남 비방으로 일관했지만 올해처럼 저급하고 악랄한 내용은 처음이다. 남남갈등을 조장해 정치'사회적 불안을 부추기려 작심하지 않고서야 이럴 수는 없다.

신년 공동사설은 북한 지도자 김정일의 신년사격이다. 공동사설 형식으로 1995년 처음 발표된 이후 매년 북한의 정책 방향을 밝히는 자리다. 그런데 새해 덕담을 건네지는 못할지언정 대한민국 정부를 "북남 대결에 미쳐 날뛰는 집권 세력"으로 단정하고 "남조선 인민대중이 보수세력의 통치를 쓸어버리기 위해 투쟁해야 한다"고 악다구니를 써댄 것이다. 우리 국민들 수준에 전혀 닿지 않는 망언'망동이다. 입만 열면 '우리민족끼리'를 외쳐대면서도 속으로는 대한민국이 파탄나기를 바라지 않고서야 이렇게 무례할 수 있는가.

북한 지도부는 지금 내부 사정이나 인민들의 곤궁한 형편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국가를 발전시키고 인민의 삶을 향상시키는데 촌각의 시간도 아까운 상황이다. 그런데 새해 정책은 고사하고 같은 민족을 헐뜯고 비난하는데 아까운 지면을 허비하고 있으니 딱할 노릇이다. 제 주제를 몰라도 한참 모르는 북한 정권의 철없는 짓에 아연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도 곧 출범할 미국 오바마 행정부에 대해서는 자극적인 표현없이 관계 개선을 위한 유화적 메시지를 내보내는 교활함을 보였다. '비핵화'라는 사탕발림까지 빼놓지 않았다. 신년 공동사설에서 비핵화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이런 제스처가 오바마 정부 '눈치 살피기용'이라는 것은 쉬 짐작할 수 있다. 그들이 진심으로 한반도 비핵화 실현과 동북아 평화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설 내용이 북한 내부 단속용으로는 만점짜리 일지는 모르겠다. 또한 북한 정권의 나팔수 역할을 자임하고 있는 국내 친북좌파 세력에게는 좋은 메시지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북한 정권이 진정 민족을 생각하고 6'15 선언과 10'4 선언이 이행되기를 바란다면 이런 미숙아 같은 짓을 그만두어야 한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