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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올해는 좋은 일만 뻥뻥 터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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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우리 집은 겨울이면 직접 옥수수나 쌀을 튀겨 먹었다. 돈을 벌기 위해 업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집안에 딸린 입도 많고 소일거리 삼아 삼촌께서 하시던 일이다.

몸이 불편하신 삼촌은 평소 이것저것 많은 일을 시키셨다. 잔심부름에서부터 직접 키우시는 염소 밥 주는 일, 울타리 만드는 일 등. 학교에서 돌아온 후에는 항상 삼촌이 일거리를 만들어 주셨기 때문에 어떨 땐 피해 다니곤 했다.

하지만 뻥튀기를 하는 날이면 적극적으로 나서 일을 도왔다. 장에 나가야만 볼 수 있는 것을 우리 집에서 직접 한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장작을 톱으로 자르고, 기계를 돌리고, 연장통 정리까지. 말린 옥수수를 넣고 기계에 넣은 후 7, 8분 정도가 지나면 기다리던 시간이 된다. 언제 터뜨리실까 싶어 귀를 막고 기다리지만 한참을 기다려도 소식이 없다. 살짝 귀에서 손을 뗀 순간, "뻥이요~"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나면 구수한 냄새가 나를 반긴다. 뿌연 김이 솟아오르고 죽부인같이 생긴 철망 밖으로 튀밥이 튕겨 나오기도 한다. 뻥 소리에 동네 아이들이 뛰어 나와 철망에 달라붙은 튀밥을 떼어먹기도 했다.

이렇게 몇 번의 뻥튀기를 하고 나면 한겨울 주전부리가 마련된다. 따뜻한 구들장에 배를 깔고 할머니에게 옛날 이야기를 들을 때 항상 옆에는 뻥튀기가 있었다.

하지만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부터 이런 겨울 군것질거리가 그만 사라지게 됐다. 뇌종양이 재발한 삼촌이 그만 돌아가신 것이다. 삼촌이 안 계시니 뻥튀기할 사람도 없고 기계를 팔아버릴 생각까지 했지만 일단은 그냥 두기로 했다.

그 후로 몇 년이 흘렀다. 뻥튀기도 사라지고 삼촌과 함께했던 추억도 점점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 그러다 문득 떠올랐다. 뻥튀기 기계가 창고에 고이 모셔져 있다는 것을. 지난해 몇 년을 창고에 묵혀 놓았던 뻥튀기 기계를 꺼내봤다. 삼촌의 수첩에 적힌 대로 온도도 맞추고 시간도 잘 조절해 콩을 튀겨봤다. 어디서 타는 냄새가 난다. 쉽지가 않다. 어릴 적 기억을 떠올려 삼촌이 하던 대로 해 봤다. 두 번, 세 번…. 점점 나아지는 것 같았지만 삼촌이 하던 그맛이 아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뻥튀기의 계절이 돌아왔다. 올해는 옥수수로 도전해 봤다. 하늘에 계신 삼촌이 도우셨는지 시원한 소리와 함께 옥수수가 뽀송뽀송한 팝콘이 되어 나를 반겼다.

이제는 장날이 되어도 뻥튀기 장수를 쉽게 볼 수 없고 삼촌에 대한 기억도 점점 잊혀 가지만 직접 뻥튀기를 하는 날만이라도 삼촌을 기억해보려 한다. 그리고 2009년엔 좋은 일들만 뻥뻥 터지기를 기원해 본다.

이호석(성주군 성주읍 성산1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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