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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세포만 골라 공격…갈수록 효능 업그레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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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제 부작용 불식 '표적치료제'

"부작용 없이 암세포만 공격한다!"

최근 수명 증가 및 식생활의 서구화 등으로 암 발생도 급격히 늘고 있다. 의학의 발달로 암을 조기에 발견하면 수술 등으로 대부분 치료할 수 있지만 진행된 경우는 수술을 해도 재발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수술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전이된 경우는 항암제 치료가 불가피하다. 그런데 항암제 치료는 재발 방지나 생명 연장 등 적잖은 장점이 있지만 구토나 탈모, 골수 기능 억제 등 부작용 때문에 거부하는 경우도 많다. 기존 항암제의 경우 암 세포의 빠른 분열을 억제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어 인체 세포 중 빨리 자라는 모낭, 위장관, 조혈모 세포 등에도 영향을 미쳐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 그러나 표적 치료제의 등장으로 이러한 우려도 상당 부분 사라졌다. 표적 치료제는 암 세포만 공격, 정상 세포에 대한 부작용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날이 '업그레이드'되고 있는 표적 치료제란 무엇이고 어떤 게 있을까.

◆항체로 암 성장 및 전이 막는다

표적 치료제는 성분과 작용 기전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그 중 하나가 암을 유발하거나 암의 성장 및 전이와 관련 있는 특정 물질에 대한 항체다. 이 약제들은 주사제인데, 투여할 때 간혹 과민 반응이 나타나는 것 외에는 부작용이 거의 없다. 또 약효 지속 기간도 길어 1~3주마다 약을 투여하면 된다. 대표적인 약제로는 악성 림프종에 사용되는 맙테라, 유방암의 허셉틴, 대장암·유방암·폐암·신장암 등에 효과가 있는 아바스틴, 그리고 대장암·두경부암에 효과가 있는 얼비툭스 등이 있다. 이중 맙테라는 림프종의 암 세포막에 나타나는 특이항원에 대한 항체로, 기존 항암 약물 치료에 추가돼 악성 림프종의 완치율을 크게 높였다. 허셉틴은 유방암 수술 후 재발률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 아바스틴은 암이 새로운 혈관 생성을 통해 영양을 공급받아 성장하는 것을 막는 항체로, 신생 혈관 생성을 막아 암을 굶겨 죽인다. 아바스틴의 경우 이미 외국에서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한 결과 기존 항암 약물 치료에 이를 추가할 때 생존기간이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나 대장암 등 여러 암에 효과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암 세포 내에서 암 증식을 억제한다

또 다른 하나는 주로 암 세포 내에서 암 세포 성장을 위한 신호 전달 과정에 작용하는 세포 내 억제제(tyrosine kinase inhibitor)다. 암 세포의 경우 신호를 전달해 단백질을 만들어 증식하는데 이 과정에서 작용해 증식을 차단하는 것. 암 세포 외 다른 정상 세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항체약보다 부작용이 좀 더 많고 약효 지속 기간도 짧아 매일 투여해야 하지만 먹는(경구용) 약이기 때문에 병원을 자주 방문할 필요가 없는 장점도 있다. 세포 내 억제제로는 만성골수성 백혈병에 사용되는 글리벡, 폐암의 이레사와 타세바, 신장암에 효과적인 수텐, 그리고 최근 신장암 및 간암에 효과적인 넥사바 등이 있다. 이 중 가장 대표적인 글리벡은 기존의 항암 약물로는 치료가 힘들었던 만성골수성 백혈병에 사용돼 지금까지 약 90%의 환자가 7년 이상 병의 진행 없이 생존하고 있다. 글리벡의 등장으로 만성골수성 백혈병은 더 이상 난치병이 아닌 고혈압, 당뇨병과 같이 약을 먹으며 지속적으로 조절해나갈 수 있는 만성병이라는 개념의 전환을 가져오게 됐다. 이레사와 타세바는 항암 약물 치료 중 가장 힘들다는 폐암, 특히 비흡연 여성 선암성 폐암에 부작용없이 좋은 효과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최근엔 한 가지 신호 전달 과정만 차단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신호 전달 과정을 차단하는 다중 표적 치료제의 개발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데 수텐, 넥사바 등이 대표적이다.

◆비용이 문제

하지만 문제는 비용이다. 효과만큼 비용도 만만찮다. 특정 암의 완치율을 높이거나 생존기간을 늘릴 수 있는 약제의 경우 대부분 우리나라에서도 건강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지만 약값 자체가 워낙 비싸 월 30만~50만원 정도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특히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약제의 경우 월 300만~500만원이나 돼 표적 치료제를 선택하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효과가 좋고 약값도 비싸다 보니 세계적인 연구기관 및 제약회사에서 표적 치료제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어 현재 임상 시험 중인 표적 치료제가 수백 종에 달할 정도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우리나라 제약회사·연구기관에서도 새로운 표적 치료제 및 특허 기간이 완료되는 약제에 대한 개량 신약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어 머지않아 더욱 효과적이면서도 상대적으로 싼 비용으로 국산 표적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도움말·김종광 경북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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