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인원은 늘고 후원은 줄고…. 이중고에 시달립니다."
지난 2일 오전 찾은 대구 중구 남산동 '자비의 집'. 벌써 12년째 무료급식소를 운영하고 있는 이곳은 한끼의 끼니를 때우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이날은 인근에 있는 서문교회 무료급식소가 문을 닫으면서 사람이 100여명 가까이 늘어났다. 빽빽하게 어깨를 맞대고 앉아야 겨우 75명이 식사를 할 수 있는 좁은 무료급식소 앞으로 길게 늘어선 줄이 줄어들 기미 없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장춘강 봉사부장은 "그나마 날이 추워서 평소에 오던 분들이 줄었고, 대신 낯선 얼굴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앞으로 한동안은 100여명 분의 식사를 더 준비해야 할 형편"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후원은 줄고 물가는 뛰고=경기침체의 한파가 몰아닥치면서 무료급식소들이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다. 하루 끼니를 해결하지 못해 무료급식소로 발길을 옮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후원금은 줄어들고 물가까지 뛰어오르면서 서민들의 마지막 보루인 무료급식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자비의 집' 출입문 왼쪽에는 '후원자 명단'이 붙어 있었지만 대부분이 몇 천원에서 몇 만원 수준의 소액기부자뿐이었다. 20㎏ 쌀 한 포대, 호박 25개 등 소량 물품 기부도 눈에 띄었다. 장 부장은 "평소에 꾸준히 후원을 해 왔던 지인들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해 봤지만 후원금이 예전에 비해 30% 이상 줄어들었다"고 했다.
'자비의 집'에서는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650명 분량의 밥과 국, 반찬 3가지를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에서 지원되는 예산은 고작 450명 분뿐이다. 그마저도 한 끼 단가가 1천200원에 불과해 뛰어오르는 채소값 등을 맞추기에도 턱없이 부족하다. 장 부장은 "한 달에 23일가량을 급식하는데 보름이 못돼 반찬값이 바닥난다"며 "적자가 나면 외상으로 채소를 가져온 뒤 후원금이 생기거나 다음달 식비가 지원되면 그걸로 미리 당겨 쓰는 등 근근이 급식을 이어가고 있다"고 안타까워 했다.
◆급식소마다 아우성=달서구 상인사회종합복지관 무료급식소는 지난해에 비해 인원이 30여명 가까이 늘어 요즘은 하루 평균 220명 분의 식사를 준비하고 있지만 후원금이 줄어들면서 똑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은아 과장은 "예전에는 돼지고기 반찬과 소고깃국 등을 일 주일에 한 번 이상 줄 수 있었지만 요즘은 된장국이 등장하는 날이 많아졌다"며 "급식뿐만 아니라 복지관 전체에 들어오는 후원금이 연말 잠시를 제외하고는 거의 끊기다시피 하다보니 더 나은 식단을 제공하지 못해 마음이 아프다"고 하소연했다.
매일 250명 분의 식사를 준비하는 서구 평리동 '관음의 집'과 주 4회 170명의 급식을 제공하고 있는 북구 산격종합사회복지관의 사정도 비슷했다. 산격복지관 이갑식 사회복지사는 "9월부터 급식업무를 맡았는데 매달 급식인원은 조금씩 늘고 있지만 채소값이 워낙 많이 올라 식단을 짜기가 매우 힘들다"며 "힘든 때일수록 불우한 이웃을 위한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달라"고 호소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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