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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속 '나눔의 힘'…보육원생들 강원도 스키체험

▲ 3일 대구의 삼성여행사와 코레일 대구지사, 하이원리조트가 합심해 준비한 또다른 나눔행사인
▲ 3일 대구의 삼성여행사와 코레일 대구지사, 하이원리조트가 합심해 준비한 또다른 나눔행사인 '새싹들과 함께하는 새해 희망열차'에 탄 아이들의 웃음이 밝다.

"오늘 여러분이 할 일은 재미있게 노는 겁니다. 자신있지요?"

3일 오전 6시 동대구역 대합실. 차가운 대합실에 두툼한 점퍼차림으로 모인 대구 서구 신애보육원생 40명과 인솔교사 5명은 상기된 얼굴로 '네~'라고 크게 외쳤다. 입에선 하얀 김이 뿜어져 나왔다. 원생들은 이날 강원도로 1일 스키장 체험을 떠나는 길이었다. 신애보육원 김두현 생활지도원은 "지난해에는 후원이 줄어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는데 올 새해에 스키 후원을 받게 돼 너무 고맙다"며 종종 걸음으로 기차에 올랐다.

'새싹들과 함께하는 새해 희망열차'라는 이름의 이날 행사는 대구의 삼성여행사와 코레일 대구지사, 하이원리조트의 합작품이다. 삼성여행사 김태호(54) 대표는 "아이들에게 겨울 추억의 한 꼭지를 만들어 주기 위해 기획한 행사"라고 말했다. 이번 행사에 직원들이 적극 동참해 의미를 더했다고 한다. 직원들이 기부금을 내놓으면 '1대5' 비율로 회사가 돈을 내놓았다. 삼성여행사는 코레일 대구지사 측에 식사비 지원을 제안했고 코레일 대구지사도 흔쾌히 응했다. 하이원리조트도 눈썰매 이용 등 부대비용 지원을 기꺼이 약속했다. 나눔의 힘이 배가되는 순간이었다.

코레일 대구지사 영업팀 여창덕 과장은 "어려운 시기지만 좋은 뜻을 갖고 움직이면 많은 사람들이 동참한다"며 놀라워했다. 이날 1인당 여행경비는 왕복 기차삯에 부대비용까지 5만6천원 상당으로 50명이 움직일 경우 300만원 상당의 비용이 들지만 각 회사가 손을 나누면서 수월하게 만들었다.

이들 후원자들의 나눔에 신이 난 것은 보육원 아이들. 오전 6시 40분 강원도 정선군 고한역으로 가는 기차에 오른 아이들은 기차여행에 신났다. 5시간이나 걸리는 장거리 여행에도 지루해 하지 않았다. "언제 기차를 탔는지 기억이 잘 안난다"며 웃는 한 아이는 열차 바깥 풍경에서 빠져나올 줄 몰랐다.

스키장에 도착한 아이들은 겨울 추억에 흠뻑 빠졌다. 낮 12시부터 오후 4시까지 강원도 정선군에서 눈밭을 마주한 아이들의 탄성은 그칠 줄 몰랐다. 눈썰매를 타고 미끄러지고 충돌하면서 생긴 상처쯤은 강원도 여행의 흔적으로 남겼다. 한 원생은 "대구에서는 눈을 잘 볼 수 없는데, 여기는 너무 많다"며 입을 다물줄 몰랐다.

"힘들다고만 하면 더 힘들어집니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나눔의 문을 더 열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날 행사를 준비한 이들의 목소리였다.

글·사진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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