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것

에베레스트 등반에 성공한 탐험가를 만난 정치가가 물었다.

"그렇게 높은 산에 오르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겠지요?"

탐험가가 답했다. "물론 많은 위험이 따르지요."

정치가가 말했다. "죽거나 다치기도 한다더군요."

탐험가가 물었다. "이 세상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죽는 위험한 장소가 어딘지 아십니까?"

정치가가 답했다. "글쎄요. 전쟁터나 병원이 아닐까요."

탐험가가 웃으며 말했다. "자신이 사는 집입니다. 모든 사람을 결국은 죽게 만드는 늙음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것이고, 대부분 사람들이 죽음을 맞는 집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곳이지요."

깨어있는 삶을 산 많은 선각자들은 말한다. 우리가 깨어있기만 한다면 위험해 보이는 것이 사실은 안전한 것이며, 안전하고 귀하게 여기는 것이 정녕 위험하고 가치 없는 것임을. 우리가 깨어서 위험한 것과 진실로 안전한 것을 스스로 알게 될 때까지는 우리 삶에 안전지대란 없음을.

많은 사람들이 어려운 시기를 맞아 힘들어하고 있다. 한겨울 추위에 지친 이에게 꽃 피는 봄날이 그리움은 너무도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꽃 피는 봄날만으로는 열매 맺지 못하며 태풍과 한겨울의 매서운 칼바람 또한 당당한 그 역할이 있음을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이 힘든 시절이 피해야만 할 위험만은 아님을 알 것이다.

황금은 법의 칼날조차 무디게 하며 황금빛 반사광을 슬쩍 비추기만 해도 온갖 어려움들이 햇살에 서리 녹듯 사라지는 것을 무수히 지켜본 우리 서민들로서야 황금이라면 한 조각 부스러기인들 목말라 하지 않으랴. 그러나 우리 모두 솔직해 보자. 지난해 펀드가 반 토막 나지 않았고 주식이 폭락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지금 행복할까? 그 잃어버린 한 조각 황금은 우리의 마른 목을 적시기에 충분했을까? 아닐 것이다. 그 한 조각 황금이 더해지더라도 우리는 여전히 목마를 것이며, 우리를 영원히 목마르지 않게 할 진정한 오아시스는 여전히 몇 걸음 앞 내 손이 닿을 듯한, 그러나 끝끝내 닿지 않는 곳에 있을 것이다. 여전히 우리의 것을 가난한 이와 나눌 수 있을 만큼 넉넉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새해에는 깨어서 산 이들의 말처럼 차라리 위험하게 살아보자. 황금 보기를 돌보듯 하는 위험과 모으고 쌓는 일을 그만두는 용기를 나의 것으로 만들어 보자. 안전한 집을 박차고 나와 이웃과 나누고 가난한 이들에게 베푸는 어리석고 위험한 짓을 해보자. 행복을 꿈꾸지만 말고 바로 행복해버리자. 누가 알겠는가. 그때 오히려 행복이 넘치고 그토록 사라지지 않던 목마름이 한순간에 사라져버릴지.

박진우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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