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10년, 늦어도 20년 뒤가 되면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고령화사회의 충격이 몰아친다. 은퇴자의 설움이 시작되는 것이다.
은퇴충격이 무서운 것은 미처 우리가 준비하기도 전에 다가와서 죽을 때까지 고통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아무런 대책 없이 오래 산다는 것이 얼마나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은 아직 많지 않다.
그렇다면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은퇴자금, 얼마나 필요할까?
대한상공회의소의 '직장인 노후대책에 관한 실태조사(2005년)'에 따르면 서울의 직장인들은 주거용 주택을 제외하고 노후에 필요한 자금이 3억, 4억원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물가상승에 따른 화폐의 구매력 저하를 감안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질구매력 기준으로 노후필요자금을 계산해보면 깜짝 놀라는 경우가 많다. 실제 3억, 4억원으로 노후를 살아가는 60대를 만나면 상당한 경제적 위기감을 느낀다고 한다. 은행이자가 낮아 원금은 갈수록 축나는데 얼마나 오래 살지 몰라 두렵다는 것이다.
얼마 전 은퇴설계를 해 본 김종협(가명·42)씨는 깜짝 놀랐다. 은퇴필요자금이 자신의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60세에 은퇴를 예상하고 있는 김씨는 은퇴 후 매월 200만원 정도를 노후생활비로 쓰고 싶어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50세 이후 은퇴자의 평균생활비가 200만원대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김씨처럼 200만원이면 우리나라 평균적인 생활비 수준이다.
김씨가 60세에 은퇴, 매월 200만원씩을 남성의 기대수명인 79세까지 쓰고, 80세 이후부터는 부인 혼자의 생존기간으로 봐 생활비의 60%를 여성의 기대수명인 85세까지 쓰는 것으로 가정해 보자. 물가상승률을 3%로 가정한다면 김씨의 총 노후비용은 무려 13억원이나 된다. 매년 물가가 3%씩 상승한다고 가정하면 김씨가 60세가 되는 시점에는 350만원이, 70세가 되는 시점에는 450만원이 있어야 현재가치로 200만원의 구매력을 가진다.
그러나 13억원은 자산운용 수익률을 감안하지 않았다. 만약 김씨가 60세부터 연 6%의 수익률로 돈을 굴린다면 은퇴시점인 60세에 7억원을 준비하면 된다. 즉, 김씨의 은퇴준비자금은 7억원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금액의 2배나 필요한 셈이다. 김씨가 60세 되는 시점에 7억원을 모으려면 지금부터 은퇴할 때까지 18년 동안 연 수익률 10%로 매월 120만원을 저축해야 한다.
◆부동산 환상부터 벗어나야
우리나라는 자산운용에서 부동산이 절대적이다. 가계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70%에 이른다. 개발시대를 거치면서 부동산으로 큰 돈을 번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결국 노후생활도 상가나 원룸 등 임대소득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노후생활비를 마련하는 데 여전히 부동산이 최고의 자리를 차지할까? 결론은 '아니오'다. 앞으로 부동산에만 의존하는 노후준비는 큰 낭패를 당하기 십상이다.
우선 부동산의 가격이 대폭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인구가 고령화될수록 부동산 경기가 침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게다가 저금리와 경기 양극화 현상으로 임대소득이 줄어들거나 임대가 아예 힘들어 임대소득이 끊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유동성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근로소득이 끊어진 노후에 부동산을 제때 팔지 못하면 노후생활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 부동산 신화가 무너진 이웃 일본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따라서 부동산에 대한 투자비중을 너무 높게 만들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마르지 않는 샘을 만들어라
은퇴준비의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죽을 때까지 직장에 다닐 때처럼 월급을 받는 것이다. 바로 연금이다. 그래서 대부분 나라에서 국민연금, 기업연금, 개인연금의 3층 보장체계로 은퇴를 준비한다.
국민연금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국민연금은 아주 기초적인 생활비만 지급할 뿐만 아니라 갈수록 인구가 줄어들어 연금재정이 고갈된다는 우려가 많기 때문이다.
중견 제조업체에 근무하는 박홍도(가명·38)씨. 그는 2년 전 회사가 법정퇴직금제도를 퇴직연금제도로 전환하면서 퇴직연금에 가입했다. 박씨가 가입한 퇴직연금은 확정기여형(Defined Contribution)으로 운용실적에 따라 받는 금액이 달라진다. 박씨는 자신의 퇴직연금 중 70%를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요즘 투자에도 부쩍 많은 관심을 가지는 박씨는 퇴직연금으로 노후생활비의 20%가 충당되었으면 한다.
박씨는 변액연금보험에도 매월 50만원씩 저축을 하고 있다. 지금은 아파트를 구입할 때 받은 대출금을 갚느라 정신이 없다. 그러나 대출금 상환이 끝나면 변액연금보험 저축금액을 100만원으로 늘릴 계획이다. 여행이 취미인 박씨는 은퇴 후 부인과 함께 세계여행을 하는 것이 꿈이다. 그래서 남들보다 은퇴준비에 관심도 많은 편이다.
◆하루라도 빨리 시작하자
40, 50대의 베이비 부머들에게는 은퇴준비가 발등의 불이다. 은퇴까지 남은 시간은 이르면 10년, 길어도 20년을 넘지 못한다. 은퇴준비를 위한 성공 키워드는 바로 '지금 즉시 시작하라'는 것이다.
35세인 남자 A씨가 매월 50만원을 기대수익률 10%로 10년 동안 저축한 뒤 은퇴 시점인 60세까지 굴린다면 4억5천만원을 모을 수 있다. 반면 45세가 되어서야 매월 50만원을 기대수익률 10%로 10년 동안 저축하기 시작한 B씨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B씨는 60세에 1억6천만원밖에 모으지 못한다.
왜 이렇게 차이가 날까? 바로 이자에 이자가 붙는 복리효과 때문이다. 은퇴준비의 가장 든든한 동반자는 바로 시간인 셈이다.
은퇴준비를 서둘러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기대수명이 길어질수록 매월 받게 되는 연금액은 쪼그라든다. 연금보험의 연금액 계산시 가입 당시의 경험생명표를 기준으로 하는데 경험생명표 변경으로 기대수명이 늘어날 경우, 동일 조건에서 고객이 받게 되는 연금액이 낮아지게 된다. 오래 사는 것이 불행이 아닌 축복이 되는 것은 지금부터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달려 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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