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물가 고공비행, 서민 허리 휜다

해가 바뀌어도 물가는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다. 국제유가 하락, 곡물가 안정 등 인하 요인이 많은데도 새해 들어 오히려 가격은 들썩이고 있다. 식품, 교육비가 뛰고 있고 인상 시기를 미뤄왔던 공공요금도 줄줄이 오를 예정이어서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시민들의 한숨만 무성하다.

◆줄줄이 인상=새학기를 앞두고 교복업체들이 줄줄이 교복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 인상액은 2만~4만원 정도. 업체들은 "섬유 원자재 가격이 많이 오른데다 공정위원회가 지난해 연말부터 제조연월일을 반드시 표시하도록 해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김정희(43·여)씨는 "지금까지 아이들의 성화에 브랜드 업체 교복을 샀지만 올해는 동네 교복점에서 옷을 맞춰야 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문제집, 참고서 등 학용품 가격도 줄줄이 오르고 있다. 새학기를 맞아 회사마다 1천~2천원 인상한 가격에 책을 내놓고 있다. 학부모 장성환(46)씨는 "아무리 살림이 어려워도 자녀 교육에 투자하는 돈은 아끼지 않는다는 부모들의 심리를 악용하는 것 같아 화가 난다"고 했다.

지난 한해동안 교육비는 가파르게 뛰었다. 올해부터 대학 등록금이 동결됐지만 사교육비 등은 지난해부터 계속 인상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대입 종합반 학원비와 보습학원비, 자동차학원비 등 각종 사교육비가 줄줄이 인상되면서 가계를 압박하고 있다.

◆올릴 때는 잽싸게, 내릴 때는 거북이걸음=월 20만원 용돈으로 생활하는 직장인 안모(29)씨는 음식값이 오르면서 담배마저 끊었다. 3천원 수준이었던 자장면 값은 4천원 선으로 뛰었고, 1천원짜리 김밥은 1천500원으로 인상됐다.

밀가루 가격의 경우 지난해 8월 한시적으로 무관세를 적용하면서 13% 떨어진 이후 국제가격이 약세로 돌아서면서 지금은 2007년 말 대비 30% 이상 가격이 하락했다. 그러나 최근 무관세 혜택이 사라지면서 가격이 오히려 올랐다. 안씨는 "가격을 올릴 때는 잽싸게 메뉴판 숫자를 갈아치우더니 내릴 때는 모르쇠로 일관한다"고 불평했다.

기름값도 국제 유가 하락폭에 턱없이 못미친다. 1천900원 대에 육박했던 휘발유·경유 가격은 최근 1천300원 선으로 30% 이상 하락했지만, 150달러에서 40달러 대로 70%가량 떨어진 국제 유가와 비교하면 하락폭이 절반밖에 못 미친다. 운전자 황인구(34)씨는 "환율 영향으로 하락폭이 줄었다고 하지만, 정유업체 배만 불리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기름값은 10% 유류세 인하 조치가 지난 연말로 끝나면서 이달초 다시 4~7원 올랐다.

공공요금도 불안하다. 물가억제 정책에 따라 그동안 가격이 묶였던 요금들이 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택시 요금 경우 대구시는 올해초 기본요금을 1천800원에서 2천200원으로 22% 인상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도시가스와 전력요금은 지난해 11월 중순 한차례 인상에도 불구하고 추가 인상 압력을 받고 있다.

대구시 물가안정 업무를 맡고 있는 금융지원팀 관계자는 "물가의 성격상 한번 올라간 가격이 내려오기란 쉽지 않다"며 "현재 국제 원자재 가격이 등락을 계속하면서 발생하는 '메뉴비용'(가격표를 계속 바꿔씀에 따라 발생하는 비용) 때문에 쉽게 가격을 내리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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