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서구 두류2동 성안오피스텔 16층.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순간 그림물감 냄새가 짙게 풍긴다. 800㎡가 넘는 한층 전체가 화가들의 작업실이다. 복도 양 옆으로 나누어진 각자의 공간에서 대구의 구상화가 10명이 대한민국 최고의 작가를 꿈꾸며 붓질이 한창이다.
그들이 오피스텔에 모였다. 왜? 대형화랑이 전속작가들에게 작업실을 제공했기 때문에? 물론 아니다. 대구의 한 사업가가 형편은 어렵지만 열정이 넘치는 대구의 화가들을 지원하기 위해 전층을 통째로 빌려 작가의 작업실로 선뜻 내놓은 것이다. 아름다운 작업실인 셈이다.
여기에 모인 화가들은 서양화가 장이규 김윤종 강주영 김영대 박종경 손만식 김종준 정창기 모기홍 윤종대 등 모두 10명. 20대에서부터 50대로 다양하다. 이들은 올해 초 입주를 모두 마쳤다. 그리고 이름도 '아트 빌리지'라고 지었다. 예술인들의 꿈을 키우는 마을이라는 뜻에서 그렇게 정했다.
아트빌리지를 마련해준 사업가는 풍국산업의 신홍식(55) 사장이다. 그는 그림을 좋아하고 오래된 컬렉터이기도하다. 신 사장은 "그림을 좋아하고 화가를 좋아하다 보니 그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다. 작업실을 꾸려나가는 것도 벅찬 화가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기 위해 전층을 빌려 작업실을 내주게됐다"고 밝힌다.
신 사장과 이들 화가들과의 인연은 2007년으로 거슬러 간다. 그해 여름 계명대 출신 구상화가들의 모임인 '자관전'에서 회원전을 열었다. 100호 이상의 대작전인 이 전시회에서 무려 200호 이상의 작품 4점이 팔렸던 것. 놀라운 성과였다. 이들은 들떠 자축하는 자리를 가졌고 이 자리에 신 사장이 나타났다. 그리고 신 사장이 그림 4점을 구입한 컬렉터라는 것이 알려지게 됐다. 신 사장은 이들과 어울리면서 화가들의 어려운 이야기를 무심히 듣고 있을 수만은 없어 우선 월성동에 있는 공장 빈 공간을 화가들의 작업실로 내주었다. 신 사장은 "공장 부지여서 주위 환경이 좋지않아 마음이 무거운 터에 올해 초 아예 오피스텔 한층을 빌려 작가들에게 내주게 됐다"고 했다.
방장격인 서양화가 장이규씨는 " 함께 모이다 보니 정보가 빠를 뿐만 아니라 작품에 대해 서로 대화를 나눌수 있고 다른 작가들을 보면서 마음의 긴장을 갖는 것도 좋은점" 이라고 밝혔다.
아트빌리지에 입주한 작가들은 경쟁적으로 작업을 한다. 아침에 일찍 나와 저녁에 퇴근하는 화가가 있는가 하면 새벽 늦게까지 작업을 하는 등 각자의 스타일에 따라 작업을 하고 있지만 상대방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것. 그래서 아트빌리지에는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다.
이들 작가들의 작업실에 자주 들른다는 제이원화랑의 정제희 대표는 "화랑주 입장에서 보면 한곳에 작가들이 모여있어 작품을 한꺼번에 볼 수 있다는 점이 좋다"고 했다. 실제로 제이원화랑은 19일까지 열리는 'Happiness 2009전'에 10명의 작가들을 모두 초대했다.
아트빌리지 작가들은 벌써 올해 5월 서울 엑스코에서 열리는 구상대제전에 6명의 작가가 초대받았다. 사업가와 예술가의 아름다운 동거인 아트빌리지의 활발한 활동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김순재기자 sjki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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