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초교생 두 아들과 사는 장모(54)씨는 '부자(父子)가정'의 가장이다. 심각한 간질환으로 일을 할 수 없는 장씨는 3년 전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됐다. 정부에서 주는 월 85만원이 유일한 수입이다. 하지만 월세 25만원, 의료비 15만원에 난방비·전기료 등을 내고 남은 25만원으로 살아간다. 아이들에게 먹고 싶은 것조차 제대로 못 먹인다. 장씨는 "아이들이 방학을 하면 더 힘들어진다"며 "아이들에게 가난밖에 물려줄 게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늘어나는 아동·청소년 기초수급권자=저소득 가정의 빈곤 대물림이 심화되고 있다. 부모를 따라 기초생활수급자로 편입되는 아동·청소년의 수가 매년 늘고 있다.
대구의 경우 기초생활수급자 4명 중 1명이 아동·청소년으로, 5명 중 1명꼴인 전국 평균보다 훨씬 높다. 그러나 수급 대상 아동·청소년에 대한 정부 지원은 오르는 물가에 한참 뒤처져 있고, 이들의 장래를 결정짓는 교육복지 혜택은 턱없이 부족하다.
보건복지가족부에 따르면 전체 기초생활수급자 중 아동·청소년(10~19세)은 수년째 꾸준하게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 이유는 가구주인 부모와 함께 수급권자가 되는데다 이혼 등 가정해체로 인해 새로 수급 대상이 되는 아동·청소년들도 많기 때문이다.
전체 수급 대상자 중 한부모 가정 자녀는 2004년 8만8천867명(11.9%)에서 2007년 10만2천854명(12.1%)으로 늘어났다. 서구의 한 지역아동센터는 46명의 보육 아동 중 30명이 기초수급대상이다. 센터 측은 "2003년 문을 열 때 20명 정도였는데 우선권을 가진 수급 대상 아동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고 했다.
◆교육 혜택 받았으면…=할머니(74)와 함께 사는 성태(가명·11)는 조손(祖孫)가정 아동이다. 할머니는 손자를 학원에 보내고 싶지만 엄두도 못 낸다. 생계급여 43만원으로 월세 12만원과 난방비·전기세 등으로 20만원을 쓰고 나면 먹고 살기에도 빠듯하다. 할머니는 "학원에 보내달라고 조르는 손자를 야단쳐야 할 때 가장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정부가 수급권자에게 주는 생계비는 뛰는 물가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생계비는 4인 가족 기준으로 2005년 월 97만2천256원이었으나 2008년에는 105만9천626원으로, 3년 만에 9% 오르는 데 그쳤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아이들의 교육에 쓸 돈이 없고 결국 빈곤의 악순환에 시달릴 수밖에 없게 된다.
국회 보건복지가족위 안홍준 의원이 최근 밝힌 '2003~2008년 상반기의 소득별 가구소비지출 현황'에 따르면 2008년도 상반기 기준 상위소득 10% 소득계층의 교육비 지출은 월평균 58만원이었지만 하위소득 10%는 7만4천원에 그쳤다.
대구의 한 복지관 관계자는 "조손가정이나 한부모가정 경우 자녀 교육지원에 대한 요청이 가장 많지만 복지관, 지역아동센터 등에서 운영하는 공부방이 전부"라고 했다. 일부 구청에서 학원과 수급 가정 자녀를 이어주는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지만 참여하는 학원이 태부족, 1개 구별로 100명 안팎의 아이들만 혜택을 받고 있다. 한 구청 관계자는 "학원들의 규모가 영세하고 지원비가 많지 않다 보니 참여를 요구하기도 어렵다"며 "아이들이 공부를 하려 해도 제대로 시켜주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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