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증하는 자살사망률을 낮추기 위해 올해부터 민'관 공동의 자살예방 종합대책이 추진된다고 한다. 보건복지가족부는 민'관 공동으로 수립한 자살예방 종합대책을 올해부터 추진해서 2013년까지 자살률을 10만명당 20명 미만 수준으로 낮출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연말연시의 큰 사건들에 가려 언론의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꾸준히 관심을 기울여 온 종교계에서는 자못 기대가 큰 것 같다.
그 대책을 보면 자살예방을 위한 시'도 단위의 자살위기대응팀(광역정신보건센터:2008년 3개소, 2013년 13개소 이상) 확충, 자살 사망의 명확한 원인을 밝히기 위한 '심리 부검'의 시범적 연구 실시, 다양한 분야의 자살예방교육 실시, 생명포럼 운영 및 생명존중 운동 전개, 초'중'고 정신건강 선별검사의 연차적 확대(2008년 245개교, 2009년 450개교, 2010년 전체 학교) 등을 담고 있다.
그 동안 전문가들은 대책 마련에 종교계와 언론계, 사회단체 등 민간 참여의 폭을 넓혀야 한다는 지적을 꾸준히 해왔고, 그런 과정에서 나온 의견들을 복지부가 상당 부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복지부의 브리핑에서도 인정했듯이 정부의 지난 대책이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점도 새로운 대책 마련에 원인이 된 것 같다.
앞서 2005년에도 복지부에서는 이번 발표와 유사한 '자살예방 5개년 종합대책'을 마련한 적이 있다. 이때 복지부는 2010년 자살사망률은 2003년 대비 20% 감소(인구 10만명당 자살사망률 18.2명)를 목표로 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2007년 통계를 보면 자살자 수는 총 1만2천174명,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24.8명으로 오히려 늘고 말았다. 정부 대책의 실효성이 의심될 만도 하다. 늦은 감은 있지만 이제라도 실질적인 대책 마련과 실천에 나선다고 하니 지켜 볼 일이다.
그런데 앞서 얘기한 자살 관련 수치보다 정말 문제가 되는 것은 자살 대기상태에 있는 자살예비군이 우리 사회에 널리 분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관해서는 작년에 실시된 한국청소년상담원의 조사 결과 발표를 봐도 그 심각성을 쉽게 알 수 있다. 청소년 4천700명을 대상으로 자살 관련 실태를 조사한 결과 국내 청소년 10명 중 6명이 자살을 한 번 이상 생각해 본 적이 있으며, 10명 중 1명은 실제 자살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그 심각성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은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그 주된 내용은 삶과 죽음 등에 대한 깊이있는 교육이 학교교육과 사회교육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대책에서도 이런 고민들이 얼마나 반영되었는지 가늠해 보기가 쉽지 않아 염려스럽다.
전통사회에서는 어땠을까. 사람 사는 원리가 본질적으로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으니 돌이켜보는 것도 도움이 될 듯하다. 전통사회에서는 이런 문제를 교육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해결하고 있었다. 우선 爲己之學(위기지학) 즉 자기를 위하는 학문을 하라고 가르쳤다. 얼핏 보면 이기적인 것 같아 보이지만 이는 남에게 보이기 위한 학문 즉 爲人之學(위인지학)이 아닌 진정으로 자신을 위하는 공부를 하라는 뜻이었다. 자기수양을 위주로 한다는 뜻에서 위기지학이다. 그리고 자기수양은 도덕적 본성을 실현하는 것이고, 그것을 위해 마음을 다스리는 것은 '몸을 다스리는 것'에서 시작해 '몸으로 실천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었다.
초학자의 교재에서 몸가짐에 대한 얘기들이 누차 강조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초학자의 필수교재인 『小學(소학)』에 나오는 글이다. "신체와 모발, 피부는 부모에게 받았으니, 감히 손상하지 않는 것이 효도의 시작이다(身體髮膚受之父母 不敢毁傷 孝之始也)", "내 몸은 부모가 남겨준 몸이다. 부모가 남겨준 몸을 다루는데 감히 공경하지 않겠는가(身也者 父母之遺體也 行父母之遺體 敢不敬乎)."
어려서부터 이런 교육을 받으니 웬만하면 '자기 자신을 살해하는 가장 불행한 죽음'을 택할 리가 없었다. 값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에 대해서만큼은 분명하게 가르치고 배웠던 것이다. 그 동안 우리는 '잘 먹고 잘 사는' 쪽으로만 너무 나아갔다. 이제는 방향을 틀어야 할 시점에 서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대구한의대 중어중국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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