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으로 출판계에 찬바람이 부는 것과 대조적으로 고전문학에 대한 독자들의 사랑은 갈수록 깊어지는 듯 하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이 출간 10여 년 만에 통권 200권을 돌파한 것을 비롯해 범우문고, 을유세계문학전집과 펭귄클래식, 대산세계문학총서 등 고전문학작품 출판분야의 선전이 눈에 띄기 때문이다.
1998년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를 내놓으며 출발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은 지금까지 셰익스피어의 '햄릿', 조지오웰의 '동물농장' '1984',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수레바퀴 아래서', 새뮤얼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 이문열의 '황제를 위하여' 등 국내외 고전명작들을 출간했으며 19일 200권째로 허균의 '홍길동전'을 출간했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은 지금까지 단테, 셰익스피어 등 대표적 고전 작가부터 밀란 쿤데라, 오르한 파묵 등 현대문학의 거장까지 아우르며 국내외 고전을 소개했으며 모두 600만부가 팔렸다. 가장 많이 팔린 책은 2001년 출간된 미국 작가 J D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으로 약 35만부가 판매됐다. 1951년 발표된 이 작품은 사춘기 소년인 홀든 콜필드가 고등학교에서 퇴학당한 뒤 방황하면서 허위와 위선으로 가득 찬 세상에 눈 떠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중에는 한때 국내에 번역출판됐지만 독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해 절판됐다가 다시 출간돼 큰 호응을 얻은 것들도 많다. 일본작가 아베 코보의 '모래의 여자'는 재출간돼 인기를 끈 대표적인 작품이다. 여기에 영국과 미국 문학작품 출판 일변도에서 벗어나 스페인 중남미 일본 이탈리아 이스라엘 체코 등 세계 문학작품을 다양하게 출판함으로써 국내 독자들의 문학적 저변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과거 전집에는 좀처럼 포함되지 않았던 현대 작가들까지 포함시켜 현대문학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도 일정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에는 '춘향전'과 '홍길동전'을 비롯해 일연의 '삼국유사', 김만중의 '구운몽', 김승옥의 '무진기행', 이문열의 '황제를 위하여', 황석영의 '돼지꿈', '한국단편문학선 1, 2' 등 한국문학 작품도 10종이 포함돼 있다.
민음사는 200권 돌파를 기념해 '햄릿', '고도를 기다리며' 등 판매량이 많은 작품 10종을 뽑아 유명 디자이너들에게 장정을 의뢰한 '세계문학전집 특별판'도 선보일 예정이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뿐만 아니라 고전문학에 대한 독자들의 사랑은 어느 때보다 뜨겁다. 1987년 헤밍웨이의 '무기여 잘있거라'로 시작해 모두 146권을 출간한 범우문고의 경우 2007년에 39만부가 팔렸는데 출판계 불황이 심화됐던 지난해 8만부가 더 팔려 고전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을 반영하고 있다.
2001년부터 총 80권까지 출간한 대산세계문학총서 역시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또 을유세계문학전집과 펭귄클래식 역시 국내에 소개된 적이 없거나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을 번역, 출간해 독자들의 다양한 문학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동시에 얼어붙은 출판시장을 녹이는데 일조하고 있다.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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