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야 놀자] 공식실업률·체감실업률 다른 까닭

미국 등 선진국에 이어 한국도 '마이너스 성장'이 현실화되었다. 체감하는 고용불안도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45세가 되면 회사에서 정리해고 대상이라는 '사오정', 20대 태반이 백수생활을 한다는 '이태백'이라는 단어들이 이러한 사회적 불안을 잘 설명해 주고 있다. 그러나 공식 실업률은 여전히 3%대로 생각보다 높은 수준은 아닌 듯하다. 수치가 이렇게 발표된다 한들 3%대의 실업률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공식 발표되는 실업률이 체감 실업률과 크게 차이가 나는 이유에 대해 살펴보자.

첫 번째 원인은 현행 실업률 통계를 산출하는데 적용되는 분류기준에 있다. 아래의 그림을 참고해서 살펴보면, 전체 인구에서 대한민국에 상주하는 만 15세 이상 인구를 일할 능력을 갖춘 것으로 판단하여 노동가능인구로 분류한다. 노동가능인구는 일할 의사와 능력이 있는 경제활동인구와 나머지 비경제활동인구로 구분한다. 비경제활동인구는 구직 단념자, 가정주부, 학생, 노약자, 장애자, 종교단체 활동가, 자선사업가와 같이 일할 능력이 없거나 일할 능력은 있으나 일할 의사가 없는 자를 포함하고 있어 실업률에 산정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조사 대상 기간 중에 구직 의사가 없었던 구직 단념자를 실업자가 아닌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하기 때문에 오랜 불황으로 구직 단념자가 늘어날 경우 실업률은 오히려 낮아지게 되는 것이다.

두 번째 원인은 실업률을 조사하는 방법 때문이다. 취업자는 매월 15일이 속한 1주일 동안 수입을 목적으로 1시간 이상 일한 사람, 직접적 수입이 없더라도 가족이 경영하는 사업체에서 주당 18시간 이상 일한 무급 가족 종사자를 포함한다. 직장을 가지고 있지만 일시적 간병, 일기불순, 휴가, 노동쟁의 등의 사유로 조사기간 중에 일을 하지 않은 사람도 취업자로 분류된다. 일반적인 인식에서 실업자라 함은 정기적으로 출근하는 직장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들을 떠올리는데, 실제로는 단순히 직장이 없는 사람을 뜻하는 것이 아니고 매월 15일이 속한 1주일 동안 일할 의사가 있었음에도 직장을 얻지 못한 사람만을 의미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불안정한 준실업 상태에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상황에 비추어 공식적인 실업률이 상대적으로 낮게 느껴지게 되는 것이다.

세 번째 원인은 통계작성 방법상의 차이보다 근본적인 취업구조가 외국과 상당히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농림어업 부문 취업자 비중이 주요국에 비해 훨씬 높다. 농림어업부문은 제조업 등에 비해 실업 발생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전체 실업률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리고 우리나라 여성 중에는 고등교육을 받고도 가사노동에 전념하는 비경제활동인구가 많다. 우리나라에서 여성들이 외국처럼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찾아 나선다면 실업률도 크게 높아질 것임은 자명하다.

네 번째 원인은 우리나라에서는 실업보험 등 사회보장제도가 잘 발달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구직등록 통계를 이용하는 유럽 국가들에 비해 실업률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유럽 국가들의 경우엔 실업급여 수령을 위해 적극적으로 구직등록을 하기 때문에 실제 실업자 수와 비슷하게 파악할 수 있으나, 우리나라와 같이 노동력 표본조사통계를 이용할 경우, 조사대상자가 본인의 실업상태를 적극적으로 밝힐 유인이 없기 때문에 실업자 수가 실제보다 적게 산정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박경원(대구과학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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