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석빙고에 얼음 채우기 재현…안동서 장빙제

석빙고에 강 얼음을 채워넣는 '장빙제' 행사가 재현됐다.

석빙고는 선조들이 겨울 얼음을 빙고(氷庫)라 이름지은 동굴형 창고에 저장해 뒀다가 여름철 더위를 물리치는 데 사용했거나 겨울에 잡은 은어를 보관했다가 여름철 임금에게 진상하던 삶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문화재.

20일 안동 남후면 암산리 미천과 안동댐 일대 석빙고(보물 305호)에서는 얼음을 채취하고(採氷), 소달구지와 어깨목도를 이용해 옮기고(運氷), 석빙고에 채워넣는(藏氷) 강 얼음 채우기 행사가 열렸다.

안동석빙고보존회가 지난 2002년부터 계속해오고 있는 이 행사는 옛날 엄동설한 강제노역에 시달렸던 강촌 주민들의 애환을 되돌아보고 조상의 슬기를 체험해 보면서 전통문화를 새로운 현대적 축제로 만들어 내고 있는 것.

장빙제추진위원회는 이른 아침부터 미천 강바닥에 꽁꽁 얼어붙은 얼음을 옛 모습 그대로의 톱으로 자르고 소달구지를 이용해 안동댐으로 옮겨 노역꾼들의 목도(물건을 어깨에 메고 옮기는 일)로 석빙고에 채워넣는 과정을 그대로 재현해 냈다.

예안현감으로 분장해 행사를 이끈 정경구 장빙제추진위원장(경북도의원)은 "안동석빙고는 영조 13년 당시 예안현감 이매신이 목조빙고를 개축해 만들었으며 안동호로 인해 도산면에 있던 것을 1976년 이곳으로 옮겨 놓은 것"이라며 "장빙제 행사는 요즘 보기드문 겨울 문화축제로 자리매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가로 70cm, 세로 100cm, 무게 130㎏에 이르는 얼음덩이를 4명의 장정들이 목도로 옮기는 동안 주민들은 풍물가락으로 힘을 보탰다. 얼음덩이는 석빙고 안에 볏짚과 쌀겨 등으로 포장돼 층층이 쌓였다. 이에 앞서 보존회는 석빙고 곁에 자리한 성선현객사에서 추위를 내려 줄 것을 기원나는 기한제(祈寒祭)를 올리기도 했다.

보존회 고영학 회장은 "장빙제도는 삼국사기에 소개돼 있으며 지증왕 6년(505)의 기록에 국가가 빙고를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며 "특히 채빙의 노역을 피해 달아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빙고과부'라는 말이 생기기도 하는 등 서민들의 애환이 서린 행사"라고 덧붙였다.

안동·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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