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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조기집행, 경제살리기 먼 '생색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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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부양을 위해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가 추진중인 예산 조기 집행 사업들이 일자리 창출이나 민생과는 거리가 먼 '예산 퍼붓기'로 진행되고 있어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말 정부는 상반기 중 공공사업 90% 이상 조기 발주, 예산 60% 이상 집행 등의 지침을 지자체에 내리고 '예산 집행 특별 점검단'까지 꾸려 독려하고 있지만, 일부 지자체에서는 볼펜, 복사용지 등 사무용품을 무더기 구매하는 등 실적 채우기에 급급한 형편이다.

대구시와 각 구·군에 따르면 예산 조기 집행 첫 달인 1월에 집행한 예산은 모두 1천474억원으로 전체 예산 2조1천441억원의 6.9%에 지나지 않았다. 시 등은 겨울철이 지나는 3월 이후부터 도로 등 대규모 토목사업이 시작되면 집행률이 상승할 것이라고 했지만, 각 구·군의 집행 내용을 살펴보면 직접적인 경기 부양 효과와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대구 한 구청 회계담당자 A씨는 예산 조기 집행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 시로부터 되도록 다음달까지 컴퓨터, 복사기, 복사용지, 필기구 등 1년치 사무용품 구입을 마치라는 통보를 받았기 때문. A씨는 "떨어지면 사던 복사용지를 우리 부서에만 30박스를 한꺼번에 샀다. 사무실에 쌓아둘 공간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구청에서는 120만원짜리 복합사무기기 100대를 한번에 구입했다. 구청의 한 관계자는 "각 부서와 동 사무소 등에 배치하면 업무 효율이 나지 않겠냐"면서도 "매일같이 이어지는 예산 조기 집행 실적 점검이 부담스럽다"고 했다.

비교적 경기부양 효과가 큰 1천만원 이상 사업의 조기 발주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대구의 한 구청은 1월 한 달간 1천만원이 넘는 조기 집행 사업이 단 한 건에 불과할 정도였다.

실적에만 목을 매다 보니 직원 인건비, 사회복지비 등을 예산 조기 집행 실적에 넣은 사례도 있었다. 한 구청 공무원은 "인건비와 사회복지비 비중이 70%를 차지하다 보니 조기 집행 사업 분야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구시 관계자도 "조기 집행 예산 상당수는 연례적인 경상경비가 대부분"이라며 "30일 시에서 열리는 예산 조기 집행 담당자 교육에서 효율적인 집행방안을 중점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모 구청의 경우 230여억원(7%대의 조기집행률)의 조기집행액 중 40여억원이 직원 인건비로 이를 제외하면 실질적인 조기 집행률은 5%대에 머물고 있다.

때문에 경기 부양 분위기를 전혀 느낄 수 없다는 하소연도 나오고 있다. 대구에서 중고 건설기계를 매매하는 장모(40)씨는 "경기부양책이라고 내놓은 것들이 전부 사탕발림인 것 같다"며 "굴착기 등 건설장비 매매가 거의 없는데 어디서 돈이 풀리는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건설업자 안모(34)씨도 "정부에서 선급금을 기존 30%에서 60% 수준으로 주고 있어 돈이 풀리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만 아직 빈도가 적어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예산 조기 집행이 한 달밖에 되지 않아 도로 확충 등 고용창출과 직접 연관이 있는 대형공사는 거의 없다"며 "공사가 대거 시작되는 3월부터는 경기회복 효과가 두드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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