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상 최악 취업난…전문대 '글로벌 시장' 노크

▲ 영남이공대학은 해외 취업을 위한 특별 프로그램을 운영해 해외 취업을 돕고 있다. 사진은 일본 취업반 학생들이 일본 나고야 지역의 현지기업체에서 현장실습을 받는 모습.
▲ 영남이공대학은 해외 취업을 위한 특별 프로그램을 운영해 해외 취업을 돕고 있다. 사진은 일본 취업반 학생들이 일본 나고야 지역의 현지기업체에서 현장실습을 받는 모습.
▲ 영진전문대학에 일본 기업체 임원들이 찾아와 즉석 채용면접을 했다. 이는 대학이 그동안 일본 기업들의 눈높이에 맞는 인력양성을 한 결과다.
▲ 영진전문대학에 일본 기업체 임원들이 찾아와 즉석 채용면접을 했다. 이는 대학이 그동안 일본 기업들의 눈높이에 맞는 인력양성을 한 결과다.
▲ 대경대학은 총장이 학생 이력서를 들고 일본 기업체를 방문해 취업 지원에 나섰다. 일본 호텔 임원이 한국에서 가져온 입사지원서를 보고 있다.
▲ 대경대학은 총장이 학생 이력서를 들고 일본 기업체를 방문해 취업 지원에 나섰다. 일본 호텔 임원이 한국에서 가져온 입사지원서를 보고 있다.

'해외로, 해외로…'.

사상 최악의 취업난 속에 지역 전문대학들이 해외 취업으로 살길을 모색하고 있다. 국내 일자리가 한계점에 이르렀다는 자체 분석에 따라 교수는 물론 총장까지 학생들의 해외 취업을 돕기 위해 외국으로 발품을 팔고 있다.

◆취업도 세일즈 외교 시대

대경대학 유진선 총장은 이달 초 졸업을 앞둔 재학생 이력서 200여 장을 들고 일본행 비행기를 탔다. 처음 방문한 곳은 일본 오이타현 벳푸시 기타하마에 있는 하이나비호텔. 수소문 끝에 호텔 고위 관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유 총장은 적극적으로 학생들의 장점을 설명했다.

학교 호텔매니지먼트과에서 호텔관련 업무와 경영에 대해 얼마나 효율적으로 교육하는지에서부터 학생들의 전문성과 잠재성까지 2시간여 동안에 걸쳐 호텔 관계자들을 설득했다. 유 총장은 "장기간 경기 위축으로 국내에서는 더 이상 취업 틈이 보이지 않는다. 학생들의 해외 취업만이 정답이라는 생각에 취업 세일즈 외교를 위해 직접 일본으로 달려왔다"고 했다.

성과는 좋았다. 이 학교 관광호텔학부 학생 15명이 인턴 과정으로 하이나비호텔에 취업하게 됐다. 호텔 측은 1, 2개월 정도 학생들을 대상으로 호텔관련 업무와 경영을 테스트한 뒤 최종 심사를 거쳐 정규직 사원으로 입사시킬 예정이라고 했다.

두 번째 공략지는 세계 유일의 원숭이 공연 테마파크 닛코사루 군단(닛코 원숭이 군단). 매년 500만 명의 관람객들이 찾는다는 이곳을 방문한 대학 측은 학교 동물조련이벤트과의 우수한 교육과정을 자랑했다.

그 결과 졸업예정자 2명의 정규직 취업이 확정됐고 취업연계 산학협력이라는 선물까지 받았다. 매 학기마다 5~10명의 학생이 실습생 신분으로 이곳에서 원숭이조련 실무교육을 받게 된 것이다. 실습과정 이후에는 정규직 취업도 가능하다고 했다.

유 총장은 "앞으로도 일본은 물론 중국·인도 등 아시아권에서 전공과 연관된 취업 틈새시장을 찾아내 적극적인 해외 취업 세일즈 외교에 나설 생각"이라고 말했다.

◆취업문, 자꾸 두드리니 열리네요

지난달 20일 일본 소프트정보와 LSI 개발연구소 등 임베디드와 시스템통합(SI) 관련 6개 기업체 대표와 관계자들이 영진전문대학을 찾아왔다. 그들은 면접과 관련된 각종 문서들을 들고 있었다. 이 대학 재학생 50여 명을 대상으로 즉석 채용면접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공학관 4개 강의실에서 열린 임베디드와 시스템통합 분야 면접에는 인터넷전자정보계열 재학생 34명이 참여했다. 학생들은 자기소개에 이어 일본 기업체 진출 동기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 일본 적응 계획 등을 말하며 취업에 대한 열정을 보였다.

일본 기업체 대표들이 한국 전문대학생을 채용하기 위해 날아온 이유는 뭘까? 일본 인력시장 수요조사와 현지 기업체의 눈높이에 맞는 맞춤형 주문식 교육 등 그동안 영진전문대학이 해외 취업문을 수시로 두드린 결과라는 게 학교 측의 설명이다.

대학은 지난해부터 국내 일자리에는 한계가 있음을 파악하고 해외 취업을 적극 추진하기 시작했다. 2학년 재학생을 대상으로 일본취업 임베디드반, 일본 자동차설계반, 관광서비스반 등을 설립해 대비했다는 것.

영진전문대학 한 관계자는 "관광서비스 분야에는 이미 14명의 학생이 일본 기업체 채용이 확정됐으며, 다음달 중순에는 일본 자동차설계 분야의 4개 회사가 채용면접을 위해 영진전문대학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해외 취업이 대세다

지역 다른 전문대학들도 해외 취업에 정성을 다하고 있다.

이미 4년 전부터 학생들의 해외 취업을 위해 총장이 발벗고 나선 영남이공대학은 2007년부터 성적표에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2007년 일본과 미국 기업체에 19명이 취업에 성공하더니 지난해에는 해외 취업자가 22명으로 늘었다. 특히 취업 지역도 일본·미국과 더불어 캐나다와 중국으로 범위를 넓혔다.

해외 취업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대학이 마련한 전략이 맞아떨어졌다는 게 학교 측의 설명이다. 대학은 취업을 위한 특별 프로그램을 마련해 신입생부터 대비했으며, 해외 취업에 유리한 학과를 적극 육성했다. 김춘중 총장도 2006년부터 3년 동안 매년 일본 기업체 10여 곳을 세 차례 이상 다니며 학교를 홍보했으며, 현지 업체 임직원을 정기적으로 대학에 초청하는 등 우호 관계를 유지한 것도 도움이 됐다.

대학은 또 내달 국제교류교육원을 신설하기로 했다. 기존 각 부서별로 흩어져 있던 해외 취업과 진학, 유학생 유치 등의 업무를 한 곳으로 집중해 해외 취업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대구산업정보대학은 2007년 국제협력처를 신설, 해외 인턴십 파견과 해외취업처 발굴에 나섰다. 우선 현지 대학 학기제와 해외인턴십으로 학생을 파견한 뒤 최종적으로는 취업으로까지 연계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간호과·호텔관광계열·애완동물관리과 등 10여개 학과는 수시로 '해외 취업을 희망한다'는 내용을 담은 안내문과 대학 홍보동영상을 캐나다·미국·호주·일본 등지의 150여개 기업체에 보내고 있다.

대구보건대학과 대구과학대학은 해외 취업을 준비하는 재학생들을 따로 뽑아 다양한 취업 지원프로그램으로 해외 취업을 돕고 있다. 대구보건대학은 국내 병원과 산학협력으로 국제코스 강좌를 개설해 물리치료과 재학생들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간호과는 매년 캐나다 자매대학 교수를 초빙해 어학 지원을 하고 있으며, 호텔외식조리계열 학생을 위해서는 해외 취업 알선 전문업체와 손을 잡고 해외 취업문을 두드리고 있다.

대구과학대학은 필리핀 세부에 어학연수원을 설립해 미국 간호사 자격증 취득을 준비하는 간호과 학생들을 지원하고 있다. 공학계열과 식품영양조리계열 학생들을 위해서도 특별 프로그램을 가동중이다.

대구미래대학은 중국 현지법인과의 협약을 통해 학생들의 중국 진출을 돕고 있다. 자동차과 교수와 산학협력단은 최근 2,3년 동안 수차례 중국을 왕래하며 취업관련 연계교육과정 개발에 나서고 있다. 학교 측은 이러한 노력 덕에 재학생들이 중국 기업체에 취직하는 사례가 꾸준히 늘고 있다고 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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