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진화론

영국의 천문학자 프레드 호일은 "생명이 지구상에 출현할 확률은 고물 야적장을 휩쓰는 태풍이 운 좋게 보잉 747 여객기를 조립해낼 확률과 다를 바 없다"고 했다. 보잉 747과 같이 복잡한 기계장치가 우연히 만들어질 수 없듯이 훨씬 더 정교하고 복잡한 생명체는 절대로 우연의 누적에 의해 생겨날 수가 없다. '보잉 747과 고물 야적장'으로 불리는 이 비유는 창조론의 변형으로, 자연은 지적인 존재가 설계했다는 '知的 設計(지적 설계'intellectual design)론'의 논리를 압축하고 있다.

이에 대한 진화론의 반박은 설계자의 존재는 그를 설계한 다른 존재를 상정해야 하는 환원론에 빠지고 만다는 것이다. "지적 설계는 설계자 자신의 起源(기원)이라는 더 큰 문제를 제기한다. 신은 그 지독한 回歸(회귀)를 종식시키기는커녕 도리어 극도로 악화시킨다."('The God Delusion', 리처드 도킨스)

진화론은 또 생명체의 구조는 설계됐을 경우 예상할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다는 점도 지적 설계의 허점이라고 주장한다. 포식자들은 먹이를 잡기 위해 설계된 듯하며 먹잇감은 포식자를 피할 수 있게 설계된 듯하다. 도대체 신은 누구 편인가?

진화론의 시조 찰스 다윈이 200년 전 오늘 탄생했다. 진화론은 기존의 과학, 종교, 사상 체계를 근본부터 뒤흔들었으나 이를 둘러싼 논쟁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이 같은 현상은 복음주의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미국에서 특히 두드러지고 있다. 미국 내 일반인의 60% 이상이 창조론을 믿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으며, 학교에서 진화론과 함께 지적 설계론도 가르쳐야 한다는 주장이 勢(세)를 얻고 있다는 소식이다.

진화론과 창조론은 1세기 반 동안 대립해왔지만 최근 들어 화해가 시도되고 있다. 더 타임스 인터넷판은 11일 로마 교황청 문화평의회를 이끌고 있는 지안프란코 라바시 대주교가 "진화론은 신앙과 양립할 수 있다. 생물학적 진화와 교회의 창조론은 상호 보완적"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2일에는 미국의 개신교 목사 1만1천815명도 '종교와 과학에 관한 공개서한'에서 "진화론은 기초적인 과학적 진리"라며 "진화론을 거부할 경우 무지를 안고 살아가게 되며 후손에게 무지를 물려주는 우를 범하게 된다"고 했다. 진화론과 종교 간의 이 같은 화해와 공존의 시도가 과학과 종교의 상생 발전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정경훈 논설위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