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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서로 사랑하라'는 김수환 추기경을 기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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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善終(선종)한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의 삶은 평생을 그리스도 신앙과 기도 안에서 살며 교회와 세상을 향해 따뜻한 손길을 내민 성자의 그것이었다. 가난하고 핍박받는 사람들과 체온을 함께 나눴고, 그들의 목소리가 되어 그들이 기둥처럼 편안히 기댈 수 있도록 모든 것을 내어준 삶이었다.

김 추기경의 사목 표어였던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를 되새겨 본다. 그는 여든일곱 해 辛苦(신고)의 삶을 영위하면서 '이웃과 더불어 사는 삶'이라는 명제를 가슴에 품고 몸소 실천했다. 교회와 세상을 가르는 울타리를 허물려 노력했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벽을 깨뜨리려 혼신의 힘을 다했다. 숨이 다하는 순간까지 "서로 사랑하고 용서하라"고 당부했다. 또 "고맙다"고 했다. 이 두 말은 큰 울림으로 사람들 가슴에 번진다.

김 추기경은 '사랑과 평화의 사도'였다. 일제 침략과 한국전쟁, 군부독재와 민주화 물결 등 격동의 한국 현대사를 지나오면서 우리 사회, 우리 국민에게 희망의 지표였고, 등불이었다. 불의의 권력과 부정한 힘을 날카롭게 비판했고, 종교와 사상을 뛰어넘어 진리와 정의가 바로 서기를 간구했다. 그러면서 기도와 눈물로 소외받은 자들을 위로하고 격려했다.

그는 한국 가톨릭을 대표하는 인물이자 우리 사회의 정신적인 지도자로 동분서주하면서도 늘 스스로를 낮추며 살았다. 항상 세상을 향한 따뜻한 미소를 잃지 않았다. 스스로 '바보야'라고 부를 만큼 어수룩한 표정이었지만 세상 사람들은 그의 미소에서 따스한 인간미를 읽었다. 이웃집 할아버지처럼 누구나 다가갈 수 있도록 곁을 열어 주고 보듬어 주며 사제로서 師表(사표)를 보여주었다.

이제 육신은 떠나지만 그의 호인 '옹기'처럼 질박하고도 부드러운 자애의 손길은 우리 곁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그의 빈 자리가 너무나 크지만 사랑이 차고 넘쳤던 큰 그릇을, 늘 평화의 그늘을 드리웠던 큰 나무를 기억할 것이다. 김 추기경은 한줄기 빛으로 세상을 밝히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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