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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고등학교 첫 졸업식 온통 울음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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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 2월 17일은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한, 잊을 수 없는 날이기도 하지만 어느 교장 선생님께서 어렵게 고등학교를 설립하고 처음 졸업생을 배출하는 의미 있는 날이기도 했다.

세월의 강을 거슬러 올라 돌이켜 보면, 도시락을 못 싸 가서 친구들의 점심밥을 축냈던 내겐 참 어려운 시절이었다. 그런 형편 때문에 나는 3학년 2학기가 되자마자 꿈 많던 여고 시대를 접고 조기 취업을 했다. 가장 먼저 취직됐다는 사실에 우리 부모님은 참 기뻤으리라. 몇 달을 일하다 보니 기다리던 졸업식 날이 다가왔고 회사에선 선물로 하루 휴가와 앨범을 주셨다. 카메라도 대여하고 교복도 손질하고 신발도 사고 친구에게 줄 선물도 고르고 미장원에 가서 머리도 손질하고는 설레는 마음으로 학교로 갔다. 소나무가 멋진 동산에 정든 교실, 고마우신 선생님, 그리운 친구, 그리고 사랑스런 후배들이 반갑게 맞아 주었다. 만남의 기쁨도 잠시, 졸업식은 시작되었고, 후배들의 송사에 이어 답사를 할 때는 식장이 온통 울음바다가 되었다. 꽃다발을 한아름 선물해 준 후배 은숙이, 우정이 변치 않길 바란다며 반지를 끼워주던 미향이, 끝까지 배움의 길을 포기하지 말라며 책을 선물해 주신 선생님, 맛있는 점심 사 먹으라며 3천원을 손에 꼭 쥐여주신 아저씨.

참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공부를 했고 참 많은 사람들의 축하를 받으며 졸업을 했다. 아름다운 추억보다는 아픈 기억이 더 많기는 하지만 그 시절 그 분들이 있었기에 지금 참되게 사는 내가 있는 것이다. 사랑하는 내 아들의 졸업을 축하해 주다가 문득 깊은 사색에 잠기었고 오래된 사진첩을 꺼내보았다. 그리운 사람들이 사진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최순단(대구 수성구 만촌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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