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자 '원·투 펀치' 배영수·윤성환 새로운 각오

1985년 삼성 라이온즈는 25승씩을 거둔 최고의 선발 '원·투 펀치' 김시진과 김일융을 앞세워 전·후기 통합 우승을 달성했다. 이들 이후 삼성 선발 투수들에겐 '영광'보다는 '비운'이라는 이름이 더 어울렸다. 하지만 역사는 돌고 도는 법. 올 시즌 스물 일곱 동갑내기 투수 둘이 선배들의 명성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배영수와 윤성환이 그들이다.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고 2007시즌을 통째로 거른 배영수는 지난해 9승8패, 평균자책점 4.55에 그쳤다. 에이스의 명성에 걸맞지 않은 성적. 빠른 공을 앞세워 힘으로 상대를 제압해 왔지만 지난해 빠른 공 구속이 130km대 후반에서 140km대 초반에 머문 것이 원인이었다. 오키나와에서 훈련 중인 배영수의 구속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구속을 올려야 하지만 현재는 구속보다 힘을 모아 던지는 데 중점을 두고 있어요." 배영수의 대답은 의외로 초연하다. "개막전 선발 욕심도 버렸어요. 다소 천천히 가더라도 제대로 하고 싶습니다. 선수 생활 오래 해야죠." 김상수와 최원제 등 후배 투수들의 공이 괜찮다며 지켜봐 달라는 말까지 하는 걸 보면 지난해 느껴졌던 초조함을 찾기 어렵다.

다행히 지난해 배영수를 괴롭히던 팔꿈치 통증은 털어냈다. 하지만 완전한 부활의 열쇠인 구속은 아직 큰 변화가 없다. 선동열 감독은 "다른 투수들보다 훈련을 늦게 시작한 탓에 아직 페이스도 그만큼 늦다"면서도 "선수단 대부분은 1일 귀국하지만 주축 투수들은 9일까지 오키나와에 남는다. 남은 훈련을 통해 배영수가 더 좋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영수의 부활 속도가 다소 더딤에도 불구하고 삼성 코칭 스태프의 얼굴에 그늘이 드리워지지 않는 것은 윤성환이 있기 때문. 현재 삼성 투수들 가운데 윤성환은 컨디션이 가장 좋다. 지난해 첫 선발 수업(10승11패2홀드, 평균자책점 3.92)을 통해 경험과 자신감도 충전했다. 15승이 올 시즌 목표라는 윤성환은 개막전 선발 욕심도 숨기지 않는다.

코칭 스태프와 윤성환의 공을 받는 포수들 모두 공 끝이 지난해보다 더 좋아졌다고 입을 모은다. "공을 놓는 지점을 앞으로 당기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어요. 공에 힘도 더 실리는 것 같고요." 묵직한 직구와 '폭포수' 커브 외에 구질도 하나 더 장착했다. "체인지업을 시도 중인데 잘 먹히고 있어요. 제구도 괜찮고요."

하지만 윤성환의 생각이 선발 투수다워졌다는 것이 더욱 긍정적인 변화다. "예전에는 삼진이 짜릿했는데 지금은 초구 땅볼이 가장 반갑다"며 웃는다. 이제는 점수에 신경을 쓰는 것보다 꾸준히 자신의 공을 던지는 데 집중하는 것이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도 안다.

확실한 선발 '원투 펀치'는 정규 시즌 연패 사슬을 쉽게 끊어낼 수 있을 뿐 아니라 포스트시즌에서도 기선 제압이 가능하다. 에이스 자리를 두고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배영수와 윤성환이 1985년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