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선수가 세계 피겨 선수권 대회에서 우승했다. 점프 후 두 다리를 엇박자로 꼬고는 빙글빙글 돌고, 또 한번 점프 후 양손을 뒤로 들어올리고 허리를 굽혀 빙판에 내려앉는 새처럼 웅크린 자세를 취하고, 한쪽 발을 뒤로 들어올리고 양팔을 벌리면서 날아가는 새처럼 우아한 몸짓으로 빙판을 돌고, 한쪽 다리를 들고 든 다리를 한쪽 손으로 잡으면서 빙글빙글 돌고….
영화 '왕의 남자'에서 공길이는 외줄을 탄다. 그냥 외줄을 타는 것이 아니라 줄을 타다가 공중으로 뛰어오르고, 올랐다가는 다시 외줄로 떨어진다. 그래도 균형을 잡고 외줄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영화에서야 배우가 연기를 하겠지만 실제적으로는 대역을 썼을 것이다. 하늘 높이 뛰어올랐다가 사뿐히 외줄에 떨어지는 묘기…. 참으로 믿기지 않는 신기다.
피겨 스케이팅이나 외줄타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몸의 균형 잡기일 것이다. 조금만 균형이 흐트러지면 엉덩방아를 찧고 외줄에서는 떨어진다. 그렇다면 사람은 어떻게 균형을 잡을까? 근육섬유, 전정기관(前庭器官) 그리고 소뇌(小腦)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근육섬유에서 감지한 움직임의 신호가 척수를 따라 소뇌에 가고 내이(內耳)인 전정기관(반고리관, 타원낭, 둥근 주머니)에서 감지한 삼차원 공간에서의 방향감과 균형감이 전정신경을 통해 소뇌에 간다. 이러한 신호를 받은 소뇌는 조정의 신호를 다시 전정기관, 대뇌피질 및 척수에 보내주고 이는 다시 말초신경을 따라 운동섬유에 감으로써 균형을 잡는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균형 잡기인 것 같다. 피겨 스케이팅 선수는 몸에서 균형이 깨어지면 볼품없이 엉덩방아를 찧는다. 외줄타기 명인은 줄에서 떨어져 치명적인 상처를 입는다. 우리들 몸에는 병이 생기고, 가정에서는 파탄이 일어나며, 사회에서는 갈등이 생긴다. 우리 모두는 사회를 구성하는 요소다. 누가 중요하고 누가 덜 중요하지도 않다. 잘사는 사람이 있는 것은 못사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고, 잘난 사람이 있는 것은 못난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사회를 구성하는 한 사람이라도 빠지면 김연아 선수가 보여 준 것 같은 우아한 모습의 사회는 절대로 될 수가 없다. 우리 모두는 우리 어머니들이 10개월간 자궁 속에 고이 간직했다가 엄청난 산고의 고통을 이겨내고 내어보낸 개체들이다. 우리 모두는 신들이 자기 모습과 가장 근접한 형태로 만든 최상의 예술품이다. 우리 모두는 존경받을 가치가 있는 존재들이며 또한 서로 존경할 의무가 있다. 서로 존경하고 균형 잡힌 사회를 이루자. 그래야 김연아 선수가 보여주는 것과 같은 우아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임만빈 계명대 동산병원 신경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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