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는 전쟁을 방불케 한다. 4·29 경주 재선거 역시 마찬가지다. 16일부터 13일간 공식 선거 운동에 돌입한 7명의 후보들은 전사(戰士)나 다름없었다.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죽을 각오로 뛰고 있었다. 1분 1초가 아까워 보였다. 스쳐 지나가는 한 사람을 아쉬워했다. 전쟁터나 다름없는 선거 운동 현장에서 7명의 후보들을 밀착 취재했다.
◆정종복 한나라당 후보
19일 오전 6시 30분 경주시 안강읍 우(牛)시장. 정종복 한나라당 후보는 피곤해 보였다. 감기 기운이 있단다. 목소리도 탁하다. 하지만 웬걸. 우시장에 운집한 유권자를 대하는 순간 그는 달라졌다. "안녕하십니까, 정종복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함 밀어주이소." 목소리는 우렁찼고 피곤한 기색은 싹 가셨다.
유권자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그래 함 밀어주자." "진작 열심히 좀 하지…." 환호와 쓴소리가 교차했다. 정 후보는 상관하지 않았다. 그저 열심이었다. 소들 사이를 누비며 소똥 밟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1시간 가까이 유권자와 인사를 나눴다.
우시장을 빠져나온 그는 차량 안에서도 쉬지 않았다. 언론 기사와 선거 판세를 꼼꼼히 확인했다. 참모진들과 쉴 새 없이 전화를 주고 받으며 다음 일정을 짰다.
17일 그의 일정은 경주 안강 지역에 집중됐다. 우시장에 이어 풍산금속 축구동호회, 택시조합, 시장, 교회, 안강중학교 졸업생 운동회까지 안강읍 전 지역을 샅샅이 훑었다. 차 안에서 10분 이상을 보내는 법이 없었다. 현장에서 걷고 또 걷는 게 그의 스타일이었다. 수행원들 사이에서는 곡소리가 났다. '후보님'은 강철 체력이란다. 그의 걸음은 재발랐다.
차 안에서 잠시 짬을 내 이번 선거 전략에 대해 물었다. '겸손'과 '능력' 2개의 키워드였다. 정 후보는 "잘못했다" "송구하다" "부끄럽다"는 표현을 자주 썼다. "제가 부족하고 소홀해 시민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며 머리를 숙였다. "그러나 다시 한번 기회를 달라"고 했다. "이제야 경주 발전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경주 시민들께서 무엇을 원하는지 뼈저리게 느끼고 깨달았다"고 했다. 그는 19일 세 차례의 유세에서 마지막엔 항상 길바닥에 엎드려 머리가 닿을 만큼 큰절을 올렸다.
한편으로 정 후보는 경주 숙원 사업 해결에 능력을 발휘하고 싶다고 했다. 17대 국회의원 시절 한나라당 사무부총장으로 당의 살림을 맡아온 만큼 중앙 예산 지원에 자신이 있다는 것이다. 정 후보는 이날 유세를 통해 "당장 안강 농촌 발전을 위해 연간 비료·사료값의 10%에 해당하는 200억원을 보조할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안강에 원자력대학을 신설하고, 태양전지공장을 유치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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