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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남희의 즐거운 책읽기]유시민의 '후불제 민주주의'를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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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의 '후불제 민주주의'라는 책을 읽었다. 유시민은 경제학을 공부했고 독일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16, 17대 국회의원이기도 했다. '거꾸로 읽는 세계사','부자의 경제학 빈민의 경제학', 'Why Not' 등 꽤 많은 책을 썼다. 정치인이 되기 이전에 글쓰기가 그의 직업이었기 때문이다.'후불제 민주주의'는 올해 초에 출간되었다.

책 제목을 처음 들은 순간 '후불제 민주주의'가 무슨 뜻인지 고개를 갸웃했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대한민국은 처음부터 민주공화국이었다. 1948년 7월 17일 제헌의회가 대한민국을 민주공화국으로 규정하고 그 정치적'경제적'사회적 기본 질서를 담은 첫 헌법을 공포한 순간부터 그랬다. 대한민국의 역사는 3'1운동의 정신과 중국 상하이에서 수립된 임시정부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은 충분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손에 넣은 일종의 후불제 헌법이었고, 그 후불제 헌법이 규정한 민주주의 역시 나중에라도 반드시 그 값을 치러야 하는 후불제 민주주의였다. 사상과 표현의 자유, 집회와 결사의 자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여성들이 동등한 참정권을 갖게 된 것, 노동3권이 바로 그것이다. 대한민국은 시민혁명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민주공화국이 된 것이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60여 년 동안 우리는 꾸준히 그 비용을 후불해왔다. 1960년 4'19혁명,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1987년 6'10항쟁까지. 지식인과 언론인, 노동조합 지도자와 대학생들, 종교인과 정치인, 농민과 회사원까지. 이 모두가 민주공화국에 들어가는 비용을 후불한 위대한 시민행동이었다고. 그래서였던가, 쇠고기수입반대 촛불시위가 한창일 때 가장 널리 불린 노래는 대한민국 헌법 제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였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라고 리듬에 맞추어 노래하는 촛불 시위대를 보며 "아, 그랬나? 대한민국 헌법 제1조가 그런 거였나? 근데 왜 그걸 지금 이야기하지?"라며 잠시 생각에 잠겼었다.

저자는 우리나라 헌법 제10조에 대해 유난한 자부심을 갖고 있는 듯 보인다.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그리고 행복에 대해서는, "행복한 인생은 평생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그 일을 남들보다 잘하면서, 그리고 그 일로 돈을 벌어 가족과 함께 먹고사는 인생, 이런 인생이 행복한 인생, 성공하는 삶"이라고 말한다. "높은 지위나 많은 재산이 반드시 행복을 가져다 주지는 않는다. 삶을 설계할 때 널리 퍼진 고정관념을 무작정 추종하거나 남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할 필요는 없다. 언제나 중요한 것은 스스로 느끼는 행복의 밀도와 지속가능성이다. 가치판단의 무게중심을 타인의 평가가 아니라 자신의 내면에 두는 사람만이 농밀한 행복감을 지속적으로 맛볼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스스로는 책을 읽고 글을 쓸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말한다. 행복에 대한 이 정의가 마음에 와 닿았다.

도서관을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흥미 있었던 부분은 357년 동안 증명되지 않은 채 남아있었던 수학 원리를 작은 동네 도서관에서 발견하고 30년이 지난 후 고향인 케임브리지대 강당에서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증명하는 강연을 한 앤드루 와일스의 예를 들면서 동네 도서관의 중요성을 강조한 대목이다. 공무원의 영혼을 이야기하면서 공무원에게 영혼이 없는 것이 아니라 공무원의 내면에 웅크리고 있는 영혼을 불러내는 것이 지도자의 일이라고 하는 대목도 재미있었다. 글이 읽기 쉬우면서도,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에 대한 실제적인 진단과 처방이 담겨 있다. 무엇보다 우리 사회의 미래가 어둡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우리의 시민정신과 역사에 대한 믿음이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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