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역 대표할 '명품 섬유 브랜드' 아직도 감감

[대구경북 섬유의 현주소] (중)나타난 문제점

▲ 밀라노프로젝트가 실패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인프라 구축에 너무 많은 비용이 투입되는 바람에 정작 기업에 대한 지원이 없었다는 점을 지적한다. 패션어패럴밸리로 개발하려고 하다가 계획을 대폭 수정한 대구 봉무동 이시아폴리스 부지.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 밀라노프로젝트가 실패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인프라 구축에 너무 많은 비용이 투입되는 바람에 정작 기업에 대한 지원이 없었다는 점을 지적한다. 패션어패럴밸리로 개발하려고 하다가 계획을 대폭 수정한 대구 봉무동 이시아폴리스 부지.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한국개발연구원(KDI)과 산업연구원(KIEF)은 1단계 밀라노프로젝트를 '실패한 사업'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이후 정치권과 지역 섬유업체들 사이에서도 '막대한 사업비 지원에도 불구하고 지역의 섬유산업은 오히려 쇠퇴했고, 사업성과 또한 미미해 밀라노프로젝트가 지역 섬유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하지 못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사실 일리가 없는 주장은 아니다.

◆섬유업계 전체의 이익으로 연결되지 못했다

실패작이라는 평가를 듣는 가장 큰 이유는 8천778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하고도 인프라를 제외하면 제대로 된 성과물이 없다는 것.

지역 섬유업계 한 대표는 "지역내에서 합의도출이 이루어지지 않은 가운데 일부 영향력 있는 인사들을 중심으로 사업이 결정됐고 치밀한 기획도 없었다. 사업의 성과도 5개 연구기관과 많이 잡아도 연구과제에 참여한 25% 정도의 업체들에 혜택이 국한된 반면 대부분의 업체들은 소외돼 실패작이라는 말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 사업이 추진될 당시 중국 인도 등 후발 개발도상국의 저가공세 등이 겹치면서 대구경북 섬유 기반이 많이 약화된 상태였다. 업체 수는 1998년 3천216곳에서 2004년 3천116곳, 2007년 2천691곳으로 줄었다. 매출액도 9초8천100억원에서 6조3천49억원으로 35.3% 감소했다. 부가가치액,수출액 모두 감소했다.

대구전략산업기획단 손진혁 선임연구원은 "당시 치밀한 계획 수립을 통한 사업 추진을 했더라면 10년이 지난 지금 어느 정도 빛을 봤을 것이다. 앞으로는 자가생산방식을 하기 위한 투자가 뛰따라야 하고 하이테크 섬유산업 등 새로운 아이템을 도출하기 위한 인력과 설비 등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낮은 마케팅력 및 브랜드 부재

지역의 상당수 섬유업체 대표들은 "밀라노프로젝트를 10년이나 추진했으나 지역을 대표할 만한 대표 브랜드가 없다. 연구개발을 통해 상품화한 것이 과연 얼마나 되느냐"는 불만을 터뜨린다. 또다른 업체 대표는 "섬유관련 기업을 살리기보다 각 연구소가 먹고사는 데 급급했다"고 비판했다.

DMC(대구섬유마케팅센터) 문현우 본부장은 "지난 10년 동안 세계 섬유산업은 생산효율의 시대에서 시장효율의 시대(Market-in)로 변화했으나 지역의 섬유산업은 이 같은 시대적 변화에 능동적으로 적응하지 못한 측면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대구경북 섬유업체들의 마케팅 기법이 많이 약하다. 마케팅과 연구개발이 잘 연계되고, 마케팅 전문 인력을 양성, 서울 어패럴 업체와의 연계를 통하면 상승효과를 얻을 수 있는데 처음 이 부분이 간과된 것 같다"고 했다.

계명대 패션마케팅학과 김문영 교수는 "1, 2단계가 마켓 중심이 아닌 인프라 구축에 집중됐다"면서 "아웃도어나 스포츠의류 쪽으로 특화시키고 마케팅을 강화하면 다른 지역과 차별화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기업들의 연구개발 능력 저조

기업들이 연구개발에 대한 필요성 인식과 함께 투자를 하고 있으나 일부 기업들에 한정됐고 나머지 많은 기업들은 연구개발 능력이 저조한 것이 현실이다.

이에 따라 기술개발 과제 도출과 연구기획의 치밀성, 연구개발 투자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 대구에 소재한 5개 연구기관들간, 산학연간 네트워크 구축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영남대 김승진 교수는 "밀라노프로젝트 1, 2단계 사업을 하면서 지역의 섬유패션 관련 대학을 결집시키지 못했고, 경북지역이 소외된 감이 있다"면서 "특히 연구개발에 일부 기업들만 참여해 그 혜택을 보고 있는 상황에서 더 많은 기업들이 R&D에 참여할 수 있도록 연구비의 30% 정도라도 정부가 지원해주는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또한 대구에 소재한 5개 연구기관들 간 협력체계 구축과 시너지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산학연이 위원회를 구성해 연구소들의 코디네이터 기능을 보완하는 것이 숙제"라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선도기업의 부재와 기술개발 활용 및 사업추진 성과에 대한 평가시스템 미흡 등도 해결해야 할 과제라는 지적이 많다.

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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