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진흙탕에 다이아몬드가 숨겨져 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 횡재를 가로채기 위해 뛰어든 사람들이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그 중에 하나가 그 싸움을 말리고 있다. 이래서는 안 된다고, 이러면 공멸한다고, 제발 그만 싸우라고, 다이아몬드 하나 때문에 모두가 희생될 수 없다고 소리치고 있다. 싸우던 사람들은 말할 것이다. 헛소리 그만두라고, 이것이 어떤 것이라고, 어떻게 해서라도 손에 넣겠다고, 마구 서로를 무너뜨리고 짓밟으며 다이아몬드를 찾고 있다. 현실이다.
때리는 시어미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속담이 있다. 이전투구를 그만둬야 공생한다고 말리는 이를 공격하는 이들이 한심하다. 서로를 헐뜯을 때는 언제고 말리는 이에게는 가히 살인적인 공격을 가한다. 이쯤 되면 말리는 이도 그만둬야 한다. 잘 해보자고, 다함께 잘살아 보자고, 그깟 다이아몬드보다는 서로 협심해서 열심히 일해 보자고, 평화롭게 살아 보자고, 우리가 살 곳은 진흙탕이 아니라고, 서로 보듬어주고 씻어주고 눈물을 훔쳐주는 그런 세상, 그 아름다운 세상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강변하던 사람도 지치게 마련이다.
말리던 사람이 슬쩍 그 자리를 떠난다. 싸우던 사람들이 갑자기 신명이 나지 않는다. 누가 말려줘야 싸우는 맛이 나는데 말이다. 누가 봐줘야 기를 쓰고 싸울 텐데 말이다. 갑자기 공황상태를 맞이한다. 우리가 왜 이러고 있지. 무엇 때문에 진흙을 뒤집어쓰고 아득바득 다투고 있지. 순간 전의를 상실한다. 서로 반문하며 한동안 패닉상태에 빠지게 된다. 반성은 눈물을 동반하는 법이다.
사람들은 적대적인 관계를 형성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말리는 사람, 이쪽이 옳다고 손을 들어주는 사람, 나는 다이아몬드 따위는 필요 없으니 제발 싸우지 말라는 사람, 제발 이 진흙탕에서 벗어나 사람답게 살아가자는 사람까지 적으로 간주한다. 제거하려 한다.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라고,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까불지 말라고, 말리는 사람, 우직한 사람, 올곧은 사람, 착한 사람을 제거하는 데 공조 전선을 형성한다. 그 저의는 공적을 물리치고 다시 다이아몬드를 차지하는 것으로 돌아가 편하게 싸우고 싶은 것에 있다. 사실은 다이아몬드라는 것이 찾고 보면 허망한 것인데 말이다.
권정생 선생 어록 중에 이런 말이 있다. 사람이 착하기만 해서는 못 쓰는 법이다. 선하게 살아라. 이 무슨 말인가. 착한 사람은 누가 때려도 당하고만 산다. 선한 사람은 착한 것에 머무르지 않고 억울하게 두드려 맞는 사람이 있으면 말리거나 편들 줄 안다. 한 마디로 불의를 보며 나설 줄 아는 사람을 말한다.
우리는 평소 이런 선한 사람을 보고 손가락질하지는 않았는지 반성해 볼 일이다. 그런 사람을 공적으로 여기는 우리 마음 속에 무엇이 있는지 곰곰 따져볼 일이다. 차마 자기 맘속을 들여다보기 싫겠지만 말이다.
안상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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