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시 남쪽 꼬리 부분에 있는 長有面(장유면)은 산꾼들이 숱하게 거쳐가는 곳이다. 낙동강 수계의 남편 分水嶺(분수령)인 '洛南(낙남)정맥'이 면 경계를 이루기 때문이다. 거기서 갈라져 부산 녹산공단까지 달려가는 '낙남꼬리'라는 산줄기도 인기 코스다. 용제봉(744m)-불모산(802m)-굴암산(662m)으로 이어지는 이 산줄기 밑에는 유명한 '대청계곡'도 있다.
하지만 初行(초행)길에 예사로운 농촌일 거라 생각하고 장유면을 찾았다가는 큰 혼란에 빠지기 십상이다. 상상 속의 고즈넉한 면 소재지 마을 모습은 어디도 없고 초고층 아파트가 숲을 이룬 때문이다. 쭉쭉 뻗은 大路(대로)들도 엉뚱한 도시를 잘못 찾아든 게 아닌가 어리둥절케 하기 충분하다. 말만 면일 뿐 실제는 여느 대도시 도심 모습 그대로인 것이다.
장유면이 이렇게 변한 것은 큰 도시들의 복판에 위치했다는 지리적 특성 때문일 터이다. 남서쪽으로는 진해와 접했고 남동쪽으로는 부산 강서구와 붙었으며 북동쪽엔 김해 시가지가 자리했다. 서편으로는 창원과 한 동네같이 통할 뿐 아니라 그 너머 마산과도 멀지 않다. 그러다 보니 5년여 전 5만 명 수준이던 이곳 주민등록 인구는 작년 말 10만2천731명까지 늘었고, 지난 5월 말엔 10만7천659명으로 또 5천여 명 증가했다. 인구 10만을 넘어서기는 전국 읍'면'동 중 처음이라 했다.
당국이 근래 이런 장유면을 소개하면서 가장 극적으로 대비시킨 면은 인구래야 통틀어도 겨우 140여 명에 불과한 곳들이었다. 강원도 철원 근북면이 141명(지난해 말 기준), 경기도 파주 진동면이 148명이라는 것이다. 경북에도 1천 명 미만 면이 적지 않긴 하나 아직 이 정도 초미니 면은 없으니 또 한번 놀랄 따름이다.
그런 지역에선 사람만 주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자연마을들조차 마구 사라진다는 통계도 얼마 전 나왔다. 1960년 13만1천936개이던 우리 농어촌 마을이 1980년 12만4천28개, 1995년 11만6천373개, 2007년 10만5천377개로 줄었다는 게 그 내용이다. 47년 사이 20여%(2만6천559개)가 감소했고, 특히 소멸 마을 중 42%는 1995년 이후 사라졌다는 얘기다.
거기다 40년 후면 농어촌 마을이 지금에서 또 절반으로 감소할 것이라는 더 어두운 전망도 덧붙여졌다. 지역공동체 의식이나 넉넉한 인심도 덩달아 사라질 것이라 하니 정말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박종봉 논설위원 pax@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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