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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이-친박 화합모드, 구체성 보인다

한나라당의 친이명박계-친박근혜계 '화합 모드'가 구체성을 띠고 있다.

친이-친박 화합은 갈등의 근원적 고리였던 친박 현역의원의 당협위원장 선임 문제를 결론내면서 시작됐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박연차 게이트가 숙지며 일부 친박 인사들에 대한 수사도 더 진도를 나가지 않아 '친박 죽이기'란 의심도 자연스레 풀렸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가 한나라당에 영향을 미친 '정치적 역설(逆說)'이라 할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도 당·정·청의 '화해'를 바라는 눈치다. 미국을 방문하고 18일 귀국하는 이 대통령이 출국 전 이념과 지역에 따른 분열, 정쟁 등을 언급하며 "대증요법보다 근원적 처방이 필요하다"고 밝힌 데서 그렇게 읽는다.

박희태 대표는 당협위원장 문제 해결로 화합의 뜻을 공표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친박연대와 합당 필요성까지 거론했다.

이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이런 뜻을 읽은 한나라당 소장파 의원들이 '화합 모드'의 군불을 지피고 있다. 친이 온건파와 친박 온건파 간의 대화 채널 복원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 이는 15일 '48인 성명'을 발표한 친이직계가 주도하고 있다. 안국포럼 출신으로 48인에 포함됐던 조해진 의원(밀양)은 "상임위나 연구모임에서 친박의원들과 같이 활동했지만 계파 문제를 놓고 의논할 기회가 없었다"며 "서로 견해를 듣고 해법을 도출하는 실제적 논의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친이계 의원은 "온건파 간 대화 재개를 통해 친이-친박 간 '적대적 동거'를 최소한 '비적대적 동거'로 바꾸려고 한다"고 말했다.

특히 '48인 성명'을 주도한 일부 의원들은 이 대통령을 사전에 만나 계파갈등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온건파 간 대화 채널 복원 시도에 이 대통령의 의중이 담겨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경주 재선거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된 정수성 의원이 17일 입당 신청한 것도 당의 화합 움직임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경주 재선거가 친이-친박 논란 속에서 치러졌던 만큼 정 의원을 받아들임으로써 갈등의 앙금을 털어내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지역 의원들도 정 의원의 입당에 대해 찬성하고 있다. 매일신문이 지역 의원들을 상대로 자체 설문조사한 결과 15명 중 10명이 정 의원의 입당에 대해 찬성했다. 5명의 무응답자 가운데 4·29 경주 재선거 투표 인장도 마르지 않았는데 벌써 합당 운운이냐고 생각하는 의원들도 있을 수 있으나 누구도 적극적 반대 의사는 밝히지 않았다.

집권 여당의 분열에 이어 국정 운영 동력 저하까지 낳았던 친이-친박의 대화합이 가능할지 정가가 주목하고 있다.

최재왕·박상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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