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예방은 운동과 함께'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자전거 제주도 일주여행을 떠났다. 일행은 총 6명. 평소에 MTB(산악자전거)를 즐기는 지인들이다. 출발 한 달 전 항공권을 예약하고 두 주 전부터 여행 물품을 준비했다. 비행기로 이동하는 것이 다소 호화롭게 느껴지고 까다로운 점도 있었지만 직장에 매여 있는 처지라 다른 대안이 없었다. 모두 각자의 MTB를 비행기에 싣고 떠났다. 자전거(가방에 넣어야 된다)만 5천원의 항공요금이 추가된다.
제주도는 해변을 따라 한 바퀴 돌 수 있도록 자전거 도로가 잘 닦여 있다. 그래서 자전거를 즐기는 사람들에겐 꿈의 코스. 자전거 해안도로 일주는 200㎞가 넘는다. '자전거 여행' 지도가 따로 비치돼 있을 만큼 자전거를 들고 제주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
# 첫째 날
4일 오후 7시 10분 제주국제공항에 도착, '여행의 동반자' 나의 소중한 자전거를 픽업했다. 자전거 조립 시작. 출발 전 자전거 조립, 해체에 대해 배우고 실습도 해봤지만 막상 실전에 돌입하니 문제가 하나 둘 드러나기 시작했다. 서둘러 출발하다 보니 대형 에어 펌프, 자전거 응급 조치 가이드북, 공구 등을 잊고 온 것. 앞서스펜션, 헤드셋, 핸들을 조립한 뒤 앞바퀴를 조립했다. 다음은 앞바퀴보다 더 까다로운 뒷바퀴 순서다. 먼저 변속기 몸체를 뒤로 당기면서 체인을 변속기의 고단기어 윗면에 올려놓고 뒷브레이크 로터를 슬롯에 부드럽게 넣으면서 바퀴 조립. 이어 안장을 고정하고, 소형 에어 펌프로 바람을 넣었다. 앞뒷바퀴에 바람을 다 넣었을 때는 거의 녹초가 됐다. 드디어 제주 자전거 여행 시작. 공항에서 1136번도로를 따라 자전거를 타고 이동, 5㎞ 부근의 첫 숙소에 짐을 풀었다. 오후 9시다. 야간 초행길이 너무 힘들었다.
# 둘째 날
아침 일찍 식사 후 중문을 향해 출발. 숙소에서 도두항 입구, 도리초교, 이호해수욕장을 지나 해안 일주(1132번)도로를 따라 평균 시속 20㎞로 20분 정도 달린 뒤 첫 해안도로 진입 입구인 하귀리에 다다랐다. 해안의 용암 절경에 절로 감탄이 쏟아졌다. 심한 오르막 내리막에 다리 근육은 한껏 부풀어 올랐지만 맑은 공기를 깊이 들이마시고, 아름다운 경치로 눈을 씻으니 피곤한 줄 몰랐다. 잠시 사진을 찍고 상쾌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1시간을 달려 애월항에 도착했다.(11㎞)
애월항에서 2㎞ 정도는 비슷한 해안 경치에 다소 지루함을 느꼈지만 대신 시원한 바람이 반겨줬다. 다행히 역풍은 아니어서 오르막길이 비교적 쉬웠다. 완만한 내리막길을 내려오다 한담 해변에 들렀다. 비록 1㎞밖에 안 되는 산책로였지만 최고였다. (원래는 자전거 통행 제한 거리다).
다시 1132번도로를 따라 2㎞ 정도 라이딩 후 귀덕에서 시작되는 해안도로로 진입, 14㎞ 쯤 달린 뒤 아름다운 모래사장과 얕은 바다(금릉해수욕장)에 끌려 자전거에서 내렸다. 얕은 비췻빛 바다는 금방 뛰어들고 싶은 충동을 자아냈다. 다시 6㎞를 더 달렸다. 한경면사무소를 지날 때쯤 허기가 찾아왔다. 인근 식당에서 맛있는 잡곡밥에 고등어조림'옥돔구이'잘익은 김치 등을 배불리 먹고 잠시 피로를 푼 뒤 다시 자전거에 올랐다. 그런데 자전거가 이상했다. 뒷타이어 펑크. 뒷바퀴를 분리해 타이어 내부를 살펴보니 가는 철사가 박혀 있었다. 타이어에서 철사를 제거하고 새 튜브를 넣어 펑크 난 튜브를 교체했다. 식당을 출발해 20㎞ 정도 달려 대정읍을 지나 사계해안도로에 진입했다. 잠시 쉬며 육포와 홍삼을 먹으면서 체력 보강을 했다. 송악산을 넘어야 했기 때문이다. 내리막길에서 시속 40㎞ 이상의 고속으로 내려갔다. 짜릿한 흥분에 싸여 자전거 삼매경에 빠진다. 송악산과 형제섬을 배경으로 사진 한 장(7㎞). 4㎞ 달린 끝에 산방산에 도착했다. 산방산 고개를 넘는데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정말 힘이 들었다. 처음 맞은 위기였다. 산방산의 내리막길은 상당히 길었다. 1㎞가 넘었다. 내리막길은 오르막길의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최고의 에너자이저이다.
또 한 번의 긴 오르막을 넘어 건강과 성 박물관을 지났다.(5㎞) 안덕계곡을 넘어 내리막길을 달릴 때 희열을 느꼈다. 아름다운 해안도로를 따라 달려 중문 단지에 도착했다. 땅거미가 드리워지며 심한 허기가 밀려왔다.(12㎞)
#셋째 날
중문에서 서귀포를 통과할 때까지는 해안에 가까운 이면도로를 이용했다. 급경사와 차량 통행이 적었기 때문이다. 중문을 출발해 강정초교, 외돌개와 천지연 폭포 옆을 지났다. 서너 번의 오르막과 내리막을 통과한 뒤 칼호텔를 지나 잠시 휴식을 취했다(17㎞). 엉덩이가 아프기 시작했다. 이에 5㎞마다 휴식을 하기로 했다. 1132번도로와 다시 만나면서 휴식(6㎞).
해안도로를 피하고 일주도로를 이용했다. 샤인빌 리조트 200m 전 오르막길에서 일행 자전거의 뒷변속기가 고장 나 라이딩 진행이 조금 늦어졌다. 다시 자전거를 타고 이동, 표선해안도로 입구에 도착했다.(20㎞) 표선해안도로는 아름다웠다. 조용한 미국 서부해안 같다. 오후 3시쯤 일행의 부상과 자전거 고장 등으로 이후 일정은 취소하고 일찍 숙소로 향했다.(6㎞)
#넷째 날
충분한 휴식으로 근육통과 피로가 풀렸다. 오전 9시, 1132번도로를 따라 다시 힘차게 라이딩. 출발 6㎞ 부근에 신산해안도로 진입을 알리는 이정표가 보였다. 밀려오는 바닷바람을 맞고, 파도소리를 들으며 돌담처럼 길게 이어진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쉬지 않고 달렸다. 섭지코지는 남은 일정을 생각하여 먼발치에서 보며 지나쳤다. 드디어 성산일출봉(20㎞). 성산'종달리해안도로를 거쳐 세화해수욕장에 다다랐다. 보통 하이킹 마지막 코스인 성산~세화~김녕 해안도로를 통과하는 편이다(30㎞). 김녕초교를 지나 1132번도로를 이용해 탑동까지 라이딩을 계속했다(19㎞). 수산업협동조합을 지나 우측 해안을 따라 비릿한 바닷냄새를 맡으며 2㎞ 정도 달리니 '용두암'이정표가 보였다. 아쉽지만 체력이 거의 소진된 상태라 바로 공항으로 향했다. 제주도를 자전거로 일주하며 달린 거리가 200㎞를 넘었다. 대성공이다. 이렇게 3박 4일간 일정을 무사히 마치고 잊지못할 아름다운 추억을 담아 대구로 향했다.
이상준(푸른미래내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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