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기 농협 맞아요~"

북대구농협의 '의미있는 실험'…매머드급 신선한 매장에 대형 주차장에

(사진) 북대구농협(조합장 이용복)이 정부 자금까지 끌어와 전국 지역농협으로서는 최대 규모 하나로마트를 9일 문 열었다. 북대구농협은 농민과 도시민이 서로 윈윈하는 모델은 물론, 전통시장과 대형 농수축산물 전문 판매장이 공존공생하는 모습도 만들어 보일 것이라고 했다. 개장 첫날 인파가 몰린 북대구농협 하나로마트.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사진) 북대구농협(조합장 이용복)이 정부 자금까지 끌어와 전국 지역농협으로서는 최대 규모 하나로마트를 9일 문 열었다. 북대구농협은 농민과 도시민이 서로 윈윈하는 모델은 물론, 전통시장과 대형 농수축산물 전문 판매장이 공존공생하는 모습도 만들어 보일 것이라고 했다. 개장 첫날 인파가 몰린 북대구농협 하나로마트.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농협의 가장 중요한 기능 가운데 하나가 산지 농산물을 도시민들과 이어주는 것이다. 도시에 많은 유통채널을 만들어 우수한 우리 농산물이 도시민들의 주방으로 빨리 들어갈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아주는 것.

하지만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고생만 하고 이익이 안난다"는 이유로 농협이 운영하는 하나로마트는 해가 갈수록 줄었다. 지난 2000년 59곳에 이르던 대구시내 하나로마트는 지난해말 현재 24곳 뿐이다. 8년만에 35곳이 문닫은 것이다.

대신 대다수 도시권 농협들은 '돈 되는' 신용사업쪽에 신경을 쏟았다. 농협에 대해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다.

이런 상황속에서 북대구농협(조합장 이용복)의 '실험'이 돋보이고 있다. 정부 자금까지 당겨와 전국 지역농협으로서는 최대 규모 하나로마트를 9일 문 연 것이다.

◆최대 규모 하나로마트

북대구농협이 만든 하나로마트는 지역 농협이 운영하는 하나로마트로서는 전국 최대급이다. 모두 170억원이 투자돼 연면적이 3천173m²(960평)에 이르는 농수축산물 전문 판매장이다.

동시에 120대를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도 마련됐고 고객 편의를 위해 무려 12명의 주차요원까지 배치, 서비스에도 신경을 썼다. 계산대도 10곳 넘게 만들어 기다리는 불편을 없앴다.

무엇보다 이 하나로마트 특징은 가장 신선한 제품을 갖다놓는다는 것. 하루 2차례 농산물 산지를 오가며 물건을 가져온다. 신선도만큼은 최고급 백화점 못지 않다고 북대구농협 하나로마트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엄격한 잔류 농약 측정을 통해 저농약 농산물만 갖다놓는다는 것도 이 곳만의 특징이다. 당도 측정기도 구비, 소비자들이 정확하게 당도를 측정해 물건을 가져갈 수 있도록 했고, 쌀 즉석 도정기도 도입해 쌀을 즉석에서 빻아 판다.

◆농협의 역할을 하자

지역 농협이 170억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해 하나로마트를 만드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지역 농협의 이익 잉여금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200억원 가까운 돈을 마련하기는 사실 불가능한 일이다.

북대구농협은 이 과정에서 역외 자금 유치까지 했다. 이용복 조합장이 직접 발로 뛰면서 농림부 자금 27억여원을 따왔고 농협중앙회 등으로부터도 자금지원을 받아냈다.

전국 최다선 중 한명으로 올해 8선인 이 조합장은 "많은 지역 농협들이 농협 본연의 임무를 잊어왔다. 도시 농협들은 돈이 되는 신용사업에만 몰두해왔다. 산지에서 우리 농산물을 가져와 도시민들에게 공급, 농민도 살고 도시민도 만족해하는 모델을 만드는 것이 농협의 존재 이유인데 지금까지 농협이 이 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투자만 많고 수익이 안난다며 외면했다. 규모가 있는 농협이 나서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몹시 힘든 일이지만 하나로마트를 대형화했다. 이게 아니면 소비자들에게 만족을 주지 못한다. 반드시 성공 모델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상생모델의 시험장

북대구농협 하나로마트는 바로 옆에 전통시장(산격시장)을 두고 있다. 때문에 하나로마트 허가 획득 과정에서만 1년을 끌었다. 주변 전통시장과의 상권 충돌을 이유로 구청이 허가에 난색을 표했기 때문이다.

이 조합장은 "지난해 9월 막바지 공사를 위해 농협건물 지하에 있던 하나로마트 문을 닫았는데 이후 일부 시장 상인들이 '언제 다시 문 여느냐'는 문의를 해왔다. 하나로마트가 문을 닫으니 유동인구가 줄어 시장에도 오히려 나쁜 영향이 왔다는 것이다. 북대구농협 하나로마트는 농민과 도시민이 서로 윈윈하는 모델은 물론, 전통시장과 대형 농수축산물 전문 판매장이 공존공생하는 모습도 만들어 보일 것"이라고 했다.

한편 북대구농협은 오는 16일 개장 행사를 여는데 최원병 농협 중앙회장을 비롯해 전국 주요 농협 조합장들이 찾을 계획이다. 전국적으로 북대구농협의 실험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북대구농협= 본점과 지점 9곳, 하나로마트 1곳을 가진 대구시내 대표적 지역 농협 중 하나. 자산이 1조원에 이르며 예금고객만 7만명 안팎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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