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낮 대구시내 중심가 한 대형 오피스 빌딩. 승강기를 기다리는 사람들 중에 선물 꾸러미를 잔뜩 짊어진 백화점 직원들이 보였다.
이 직원은 "최근 2, 3년새 마치 명절 때처럼 초복에 수박 등 보양식 선물을 하는 문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더워지는 한반도, 초복(올해는 14일)이 이름값을 톡톡히 하고 있다. 유통업계에서 초복이 새로운 매출 효자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대구시내 백화점들은 초복을 전후해 일제히 보양식 판매 행사를 진행해왔다.
대구지역 각 백화점에 따르면 초복을 전후한 보양식 매출이 매년 두자릿수의 증가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
대구백화점 한 관계자는 "올해도 초복 선물 판매 증가세가 10% 안팎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다른 백화점, 대형소매점들도 사정은 마찬가지. 동아백화점은 삼계탕 재료, 갈비 등의 매출이 전년 대비 10%~12% 올라갔다.
특히 수박은 18%의 매출 신장세를 나타냈다. 동아백화점에서 지난 8일부터 14일까지 1주일동안 판매된 수박은 약 9천800여만원어치. 수박 평단가(1만5천500원)로 환산시 약 6천400여 통의 수박이 판매된 셈이다.
동아백화점 유통센터 최경진 부장은 "수박의 경우 일부 쿠폰 판매 및 균일가 행사 판매 등은 아직 집계가 덜 돼 이 수치까지 포함하면 매출이 1억여 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적으로 수박은 1t 트럭에 200여 통을 실을 수 있는데 복날 행사 기간 동안에만 1톤 트럭 약 50여대의 물량이 판매됐다"고 했다.
초복 매출이 늘어나는 이유는 봄·가을이 사실상 사라질 정도로 더워지고 있는 우리나라 기후 때문이다. 맹렬한 더위가 이르면 4월부터 시작해 늦으면 10월까지 이어지다보니 더위를 이겨내야한다는 분위기가 초복의 가치를 급등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초복은 대략 매년 7월11∼7월19일 사이로, 소서와 대서 중간이며 본격적으로 더위가 시작되는 시기. 올해는 이달 14일이었는데 초복·중복·말복의 매출을 살펴보면 단연 초복 매출이 으뜸이라고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서울의 현대백화점은 여름 정기세일을 마친 직후 휴점하는 관행을 깨고 14일이 초복인 관계로 휴점일을 이달말로 옮기기까지 했다. 초복의 상징성이 커지면서 관련 특수를 감안한 조치다.
한편 유통업쳬들은 초복 시즌이 활성화되자 보양식 범위를 확대, 부가가치를 올리고 있다.
전통적으로 초복 보양식인 삼계탕, 수박 외에 '건강 장어 기획전', '바다의 산삼 전복전', '한우 곰거리 모음전' 등 보양식의 범위를 넓혀가고 있는 것이다.
대구시내 백화점들은 홍삼, 꿀, 비타민 등의 보양제품들도 올 초복 시즌 전년에 비해 12% 가량 매출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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