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지붕
작가: 카미유 피사로(Camille Pissarro:1830-1903)
제작연도: 1877년
재료: 캔버스 위에 유채
크기: 54×65cm
소재지: 오르세박물관(프랑스 파리)
이 작품은 인상파의 주요 화가인 피사로의 대표작으로 '붉은 지붕, 마을의 한 귀퉁이, 겨울 인상'이라는 다소 긴 제목의 그림이다. 부모의 반대를 뿌리치고 화가의 길을 선택하였다는 것과, 당시 세계 제일의 권위를 자랑하던 파리의 국립미술학교를 단지 평범한 전통미술을 가르친다는 이유로 뛰쳐나올 정도로 새로운 기법을 갈구하였다는 점에서 피사로는 다른 인상주의 화가들과 공통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그의 작풍이 넘치는 서정성과 인상파 화가들이 그토록 싫어했던 고전주의 전통으로부터 비롯되는 구축적인 화면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다른 인상파 화가들과 차별성을 보이고 있다.
이 작품은 일견 매우 복잡한 그림으로 보이나 조금만 주의해서 살펴보면 의외로 화면 구성이 단순한 것을 알 수 있다. 화면은 우선 횡(橫)으로 연속된 다섯 개의 띠에 의해 분할되고 있는데 가장 아래에 위치하는 띠는 고채도의 노랑 주황 빨강 녹색 그리고 갈색으로 뒤엉킨 다소 무질서한 영역으로 맨 아랫부분을 차지하는 영역답게 가장 무게감이 강한 부분이기도 하다.
밑에서 두번째 띠는 적갈색과 황색의 덤불을 경계로 하여 흰색이 주조를 이루는 벽으로, 세번째는 보랏빛과 노란빛이 감도는 붉은 지붕들로 이루어져 있다. 네번째는 지붕과 하늘 사이를 차지하는 영역으로 강렬한 색상의 대조와 대각선의 방향성이라는 특색을 보이고 있다.
마지막 띠는 고명도 저채도의 파란 바탕에 녹색과 노란색 그리고 붉은색의 가로 터치로 장식된 하늘로 이루어져 있는데 가장 무게감이 약한 영역이기도 하다. 작가는 이러한 수평적 구성 위에 나무와 집의 윤곽선에 의한 수직선을 적절하게 배치함으로써 마치 건축현장의 비계(飛階)를 연상시키는 매우 구축적인 화면 구조를 만들어 내고 있다.
복잡한 나뭇가지와 언덕의 사선 등은 화면에서 과도한 경직성을 피하고 변화와 풍성함을 위한 부차적인 것으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이 작품의 가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순하고 자연스러운 주제와 평범하고 질박한 화면 자체가 만들어 내는 놀라운 감동 외에도 피사로의 조형기법에 대한 연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화면 곳곳에 길고 유연한 재질의 나이프를 이용하여 물감을 넓은 면적에 평면적으로 처리하여 화면이 '추상적 색면의 종합'이라는 느낌을 주고 있는데, 이는 작가가 색의 기존 역할, 즉 대상을 재현하는 역할을 넘어 색 자체가 가지는 조형적 효과를 활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짐작하게 해준다.
여기에 더하여 임파스토 기법(impasto:두껍게 칠하기)에 의한 색의 밀도, 그리고 터치의 병치와 방향성에 의한 리듬 등이 어우러져 화면에 시각적인 울림을 만들며 시정(詩情)과 순간의 우수가 감도는 따사로운 겨울날 오후의 분위기를 차분하게 재현하고 있다.
권기준 대구사이버대 미술치료과 교수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
李대통령, 대북전단 살포 예방·사후처벌 대책 지시
주진우, 김민석 해명 하나하나 반박…"돈에 결벽? 피식 웃음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