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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병상수필 - 1 불청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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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에게 풍이 온 것 같습니다. 지금 언어장애가 있고 균형 감각도 약간 떨어집니다. 왼쪽에 왔는데 급성인 것 같으니 빨리 큰 병원으로 모시고 가세요."

작년 8월 11일 월요일 아침 시골 병원에서 온 날벼락 같은 전화였다. 뇌경색은 그렇게 어느 날 갑자기 불청객처럼 어머님을 찾아왔다. 주일날 저녁부터 손발이 저리고 머리가 어지러워 손가락 발가락을 당신 혼자서 땄다고 한다. 그리고 아침 일찍 목욕까지 하고 시골 병원에 가셨단다. 대부분 뇌경색 환자들이 쓰러진 뒤에 발견되는 것에 비하면 급성에 경미하다는 것, 그날 우리 자녀들은 현명한 어머님 덕분에 얼마나 다행인가라는 생각만 했었다.

하지만 그것이 한 번 오면 크든 작든 다시는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없는 노인성 질환이며 사형선고 받은 무기 징역수와 같다는 것, 그리고 환자에게 얼마만큼 모진 수감시간이 될지 또 내겐 어떤 시간이 기다리고 있을지 몰랐다. 나는 노인성질환에는 생짜였고 무지했었다.

남편은 셋째 아들이며 팔 남매 중 일곱 번째다.

"야야, 나는 나중에 너그 집에 올란다."

"그래 엄마, 우리 집에 온나. "

몇 년 전부터 어머님과 남편은 마주 앉기만 하면 이런 맞장구를 쳤었다. 그 한담이 나 들으라는 소리라는 걸 나인들 남편인들 어머님인들 어찌 모를까. 하지만 어머님은 항상 내가 마주 앉지 않은 자리에 있을 때 꺼냈다. 내가 주방에 있거나 문을 열어놓은 채로 화장실에 있거나 할 때였다. 어머님 속내가 남편보다 내 의중이 궁금해서 던지는 말이라는 건 알지만 나는 한 번도 "그러세요. 우리 집으로 오세요"라며 남편처럼 맞장구쳐지질 않았다. 오히려 '누구 맘대로'라는 용심이 먼저 들었지만 그 또한 내색하지 않았다.

어머님도 남편도 내게 대놓고 한 번도 물은 적은 없었다. 나는 어머님의 속내를 알면서도 그러겠다고 말하고 나면 돌이킬 수 없을 것 같은 부담감이 싫었다. 나밖에는 어느 형제도 여의치 않아서 결국 내 몫인 걸 모르는 이는 없었지만 나는 침묵하고 싶었다. 그건 내게 '그때 가서 생각하고 싶은 일'이었다. 도장 찍듯이 확답을 미리 내려두고 싶은 마음은 눈곱만큼도 없었다. 그 말의 무게와 책임감을 알기에 그랬다. '그때 가서 생각하고 싶었던 일'은 어느 날 갑자기 뇌경색이라는 불청객으로 인해 답도 보루도 무용지물로 만드는 내 현실이 되었다.

이미애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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