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방이라도 무너질 듯한 빈집, 석면에 노출된 슬레이트 지붕, 먼지 날리는 흙담, 어지럽게 널린 전깃줄….'
경북지역 대부분의 농촌에서 볼 수 있는 익숙한 풍경이다. 젊은 사람은 떠나고 노인들만 남은 농촌은 갈수록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이런 실정에서 벗어나기 위해 최근 경북지역 일부 마을 주민들이 삶터를 바꾸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자신의 삶터를 변화시키고 도시지역 귀농·귀촌자를 끌어들여 살기 좋은 마을로 가꾸어가고 있는 것이다.
◆주민 스스로 살기 좋은 마을로 만들어
상주시 이안면 문창리 녹동마을은 3년만에 확 달라졌다. 대부분의 주택은 황토벽돌과 통나무 등 친환경자재를 활용해 만들었고 마당에는 잔디가 깔려 있다. 마을 주민들은 담장을 없앴다. 대신 조경석과 조경수를 심어 주변의 자연환경과 조화롭게 만들었다. 마을도로에는 아스팔트를 깔고 하수도와 상수도 등 공공시설도 환경친화적으로 정비했다. 전봇대 지중화사업으로 어지럽게 널려 경관을 해쳤던 전깃줄도 없앴다. 마을 중앙에는 다목적 광장을 마련했다. 주민들이 모여 각종 마을행사를 열고 농기계 집하장과 탈곡 등 다양한 목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녹동마을이 탈바꿈한 것은 주민들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이다. 이곳 주민 21가구는 마을을 친환경적으로 바꾸기 위해 2천400만원의 기금을 모아 마을 입구에 백련단지를 만들었다. 백련단지는 지금 구미와 상주 등지에서 관광객이 찾아오는 명소가 됐다. 두루미와 개구리, 미꾸라지 등이 뛰노는 예전 농촌마을로 회생한 것이다. 쾌적한 마을을 만들기 위해 조경에도 힘을 쏟았다. 마을 입구에는 노거수 5그루와 100년이 넘은 백일홍을 심었다.
녹동마을 주민들은 아직 마을이 변한 것이 실감나지 않는다. 전욱현(63)씨는 "주민들이 대부분 고령이이어서 자신의 집을 바꾸는데 회의적이었지만 자식까지 동원해 설득했다"면서 "흙담과 슬레이트 지붕이 사라지니 주변 마을에서 부러워하고 있다"고 좋아했다.
하지만 주민들의 고생도 많았다. 주민들은 새 집을 짓는 동안 컨테이너에 임시로 마련한 거처에서 10개월 동안 생활했다.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웠지만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기 위해 기꺼이 감수한 것.
주민들이 가장 신경 쓴 것은 친환경 마을 만들기였다. 예전엔 소와 염소를 키웠지만 오염을 막기 위해 주민회의를 통해 키우지 않기로 했다. 새롭게 변한 마을에는 입소문이 나면서 서울과 수원 등에서 귀농·귀촌자가 몰려오고 있다.
서울에서 사업을 하던 김한수(62)씨는 한달전 녹동마을로 이주했다. 김씨는 이곳에 황토집을 지었다. 김씨는 "한달 전 집을 완공해 생활하고 있는데 조용하고 공기가 좋기 때문에 만족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밭을 구해 농사를 지어 녹동마을 주민으로 생활하겠다"고 말했다.
경기도 의왕시에서 온 이종하(63)씨는 퇴직한 뒤 전원생활을 꿈꾸다 이곳에 정착했다. 이씨는 "밤낮 바쁜 도시생활이 싫어 이곳으로 왔다"면서 "마음에 드는 집을 짓고 주민들과 친구처럼 지내고 있다"고 했다. 경기도 수원시에서 온 조규석(63)씨는 이곳에 통나무집을 지었다. 조씨는 "혼자서 생활하고 있지만 주민들이 도와줘서 전혀 외롭지 않다"고 했다.
◆농어촌 재개발 사업 활기
2006년 미래형 재개발 시범사업으로 추진된 녹동마을은 상주 이안면 문창리 기존 14가구와 서울, 수원 등 다른 지역에서 온 16가구가 연말까지 건축물을 완공한다.
공사는 상주시가 한국농어촌공사에 일괄 위탁하고 있다. 총 사업비는 국·도비 26억1천300만원으로 2006년 8월에 경상북도로부터 기본계획을 승인받고 2007년 10월에 착수해 올해말에 건축물을 포함해 전 공정을 마무리할 계획이며, 현재 90%의 진척률을 보이고 있다.
경상북도는 2006년부터 미래형 농어촌 재개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확대로 무역자유화 추세가 점차 확대되고 시장 개방이 늘어남에 따라 갈수록 피폐해지는 농어촌의 공동화 확대를 막고 새로운 21세기 미래형 농어촌 주거환경을 조성해 쾌적하고 살고 싶은 농어촌 마을로 개발하기 위한 대책이다.
경북도는 농어촌마을 재개발 사업을 경북 전 지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시범사업으로 실시한 상주 녹동마을에 이어 영양 입암면 사래마을 30가구를 올해부터 2011년까지 새롭게 개발한다. 또 내년에는 5개 마을을 새롭게 변화시킬 계획이다. 경북도는 이달중 농림수산식품부에 재개발 사업을 신청하고 연말까지 대상 지구를 확정해 예산확보에 힘을 쏟기로 했다.
경북도 이태암 농수산국장은 "농촌 주민들이 마음 먹으면 얼마든지 자신의 마을을 새롭게 변화시킬 수 있다"면서 "농어촌 재개발 사업은 적은 돈으로 할 수 있는 만큼 주민들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상주·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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