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웃사랑] 당뇨 합병증 투병 남시진씨

당뇨 합병증으로 한쪽 다리를 절단한 후 욕창 등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남시진(35·수성구 파동)씨가 어머니 정덕선(62)씨의 간호를 받으며 누워있다. 어머니 정씨 역시 치아암으로 치아가 하나도 남아있지 않은 상태지만
당뇨 합병증으로 한쪽 다리를 절단한 후 욕창 등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남시진(35·수성구 파동)씨가 어머니 정덕선(62)씨의 간호를 받으며 누워있다. 어머니 정씨 역시 치아암으로 치아가 하나도 남아있지 않은 상태지만 "아들만 나을 수 있다면 나야 어떻게 돼도 괜찮다"고 눈물을 보였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당뇨가 이렇게 무서운 병인줄 미처 몰랐습니다. 그냥 쉽게만 생각했었지요."

15일 병실에서 만난 남시진(35·수성구 파동)씨는 고개도 제대로 들지 못한 채 엎드려만 있었다. 지난주 엉덩이에 욕창 수술을 받아 편히 눕지 못한다고 했다. 가만히 보니 다리 있는 쪽이 뭔가 허전했다. 남씨의 어머니 정덕선(62)씨가 잠시 이불을 들추자 허벅지에서 절단된 왼쪽다리와 앙상하게 뼈만 남은 오른쪽 다리가 드러났다. 남씨는 "지난해 무릎을 절단하는 수술을 받았다"며 "이 때문에 거동을 할 수가 없어 누워만 지내다보니 온 몸 곳곳에 욕창이 생겼다"고 했다.

남씨는 중학교 2학년 무렵 소아당뇨 진단을 받았다. 그리고 대학교 입학할 무렵부터 병세가 급속히 악화됐다. 학교 생활도 제대로 하지 못했고, 사회생활을 시작한 후에도 택시운전과 섬유공장 등을 전전했지만 체력이 부쳐 몇 달 못가 그만둬야 했다. 쓰러져 응급실로 실려간 적도 여러 번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05년 오른쪽 고관절에 문제가 생겼다. 당뇨병 합병증으로 관절 조직이 괴사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의 생에서 돌이킬 수 없는 최악의 사고가 일어났다. 고관절 통증으로 제대로 걷지 못하는 상태에서 혼자 화장실을 가려다 넘어져 팔과 무릎이 까지는 상처를 입은 것. 건강한 사람 같으면 피딱지가 앉고 금세 아물 일이었지만 그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큰 사고가 됐다. 무릎의 상처가 계속 곪아들어가면서 왼쪽 무릎은 절단해야만 했고 오른쪽 무릎은 피부이식을 통해 겨우 상처를 치료할 수 있었던 것. 남씨는 아직도 짙게 남아있는 팔꿈치와 무릎의 흉터를 보여주며 "당뇨 합병증이 이렇게 무서운 줄은 그때 처음 알았다"면서 "팔과 목에는 투석을 위한 관 삽입 수술을 했고, 치아마저 9개나 빠져 온 몸에 어디 성한 곳이 없다"고 소리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아냈다.

남씨와 대화를 나누는 중간중간에 그의 어머니는 뭔가 설명을 덧붙이려 애썼지만 정확히 알아듣기가 힘들었다. 치아가 하나도 남아있지 않은 상태라 발음이 곧잘 새기 때문이었다. 남씨의 어머니는 14년전 치아암을 앓았다고 했다.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로 암덩이는 겨우 잡았지만 치아는 마치 바위 으스러지듯 하나씩 하나씩 깨져나갔다. 지금은 시커먼 이뿌리만이 잇몸에 박혀 이가 있었던 흔적을 보여주고 있었다. 남씨는 "벌써 죽만 드시고 산 세월이 5년"이라며 "얼마전부터 잇몸이 욱신욱신 쑤시는 증상이 계속되고 있다는데 형편도 여의치 않는데다 어머니가 아니면 병석에 누워있는 저를 간호해 줄 사람도 없다며 치료를 거부하고 계신다"고 했다.

현재 병원비와 생계를 감당하고 있는 것은 남씨의 아버지다. 아버지 역시 당뇨병과 고혈압을 앓고 있지만 막노동판을 전전하고 있다. 아버지가 버는 돈은 한달에 40만~50여만 원 남짓. 이 돈으로는 병원비는커녕 입에 풀칠조차도 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남씨는 "재개발 지역에 집 한채가 있는데 현재 소송이 진행중이라 팔 수도 없고, 판다고 해도 사업을 했던 형님이 이를 담보로 대출에다 사채까지 끌어 써 한푼도 남는 것이 없다"며 "그 집 때문에 기초생활수급자도 될 수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다보니 치료는 막다른 상황이 돼서야 겨우 고비를 넘기는 수준이었다. 의사는 "의족을 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지만 이마저도 돈이 없어 포기해야 했다. 걷지를 못하니 욕창이 생기고, 다시 병원신세를 지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남씨의 소원은 의족이라도 하는 것이다. 그는 "바깥 출입은 꿈도 꾸지 않는다"며 "다만 제 발로 몇발짝이라도 움직여볼 수 있다면 소원이 없겠다"고 고개를 떨궜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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