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700자 읽기]퇴계에게 공부법을 배우다

설흔 지음/예담 펴냄

따분해 보이는 제목과는 달리 엄연한 소설책이다. 심리학을 전공한 저자 설흔은 조선시대 인물들의 삶과 사상에 큰 관심을 갖고 있고, 이들의 이야기를 현재의 소통방식과 언어로 재연하는 작업에 몰두해 있다. 이른바 인문 실용소설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었고, 첫 작품이 '연암에게 글쓰기를 배우다'였다. 이번엔 나이 일흔살의 노학자 퇴계를 등장시켜 '공부법'을 들려주려고 한다. 퇴계 이황이 도산서원을 떠나 청량산 오가산당에 머물면서 배움에 목말라하는 이들을 불러 매일 그들에게 적절한 공부법을 알려주는 이야기를 담았다. 첫 방문자는 뜻밖에도 마을의 대장장이 배순. 늦은 나이지만 '무식한 놈' 소리를 듣고 싶지 않다는 그에게 퇴계는 공부해야 하는 이유와 함께 공부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지침을 차근히 설명해준다. 다음날은 마을의 유일한 의원 댁 딸인 최난희. 혼자서 소학을 익힌 뒤 대학을 공부하다가 고비를 맞았다는 처자에게 퇴계는 공부하다가 벽에 부딪힌 이들을 위한 지침을 들려준다. 남다른 배경과 특이한 사연을 지닌 사람들이 잇따라 찾아오며 소설은 독자들에게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과연 공부하는 목적은 그저 남보다 잘 살고 출세하기 위함일까. 248쪽, 1만1천원.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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