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시간) 취임 후 처음으로 유엔 총회 본회의에서 기조연설을 하던 이명박 대통령의 표정이 순간 굳어진 듯했다. 연설을 시작한 지 2분 정도 지났을 무렵, 총회 부의장으로서 사회를 보던 마디나 자르부시노바 주 유엔 카자흐스탄 대사가 연설 중단을 요청해왔기 때문이다. 미리 대기하고 있어야 했던 통역사가 미처 준비하지 못해 벌어진 해프닝. 잠시 뒤 "원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라"는 사회자의 말에 이 대통령은 "괜찮은가(Is it OK)"라고 확인하고 첫 부분부터 연설을 다시 시작했지만 어색함을 떨치기는 어려웠다.
이 대통령의 연설이 '꼬인' 것은 사실은 다른 해외 정상들 탓이었다. 당초 이날 정오쯤 연설을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세번째 연사였던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가 무려 90여분에 걸쳐 무대를 장악하는 등 전반적으로 연설이 길어지고 순서도 뒤바뀌면서 2시간여가 지난 뒤에야 단상에 올랐다. 특히 이 대통령은 연설을 마친 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초청의 공식 정상 오찬에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차례가 늦어지면서 스케줄을 바꿔 오찬 참석 도중 연설장으로 향해야 했다.
북한 유엔대표부의 홍재룡 참사관이 참석해 이 대통령의 기조연설을 끝까지 지켜봐 눈길을 끌었다. 이 대통령은 북핵 문제와 관련, 연설 직전 마지막 점검 과정에서 북핵 일괄 타결을 추구하는 이른바 '그랜드 바겐'(Grand Bargain)의 개념을 설명하는 대목을 추가하도록 참모진에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이 연설에서 녹색성장의 새로운 화두로 제안한 '물 관리를 위한 국제 거버넌스 체제'도 눈길을 끌었다. 이 대통령은 "물 문제는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미치는 복합적인 사안인 만큼 국제사회는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며 "보다 효과적인 국제협력 체계의 구축을 위해 특화되고 통합된 물관리 협력 방안을 추진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은 지금까지 주로 온실가스 문제에 한정되던 환경 이슈를 한단계 진전시킨 것으로, 지구 물 부족 현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국제적 주도권을 쥐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물 관리와 관련한 국제 거버넌스 구축 제안은 이 대통령이 처음"이라며 "특히 유엔 등 국제기구가 종합적인 물 관리를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국제 사회의 관심이 집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 국제 기구의 한국 유치를 위한 이 대통령의 제안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뉴욕에서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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