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역사 속의 인물] 핵전쟁 막은 페트로프

순간적인 판단이 전 세계를 구했다. 구 소련의 방공군 중령 스타니슬라프 페트로프(70)는 우발적 핵전쟁을 막은 영웅이다.

1983년 오늘, 페트로프 중령은 모스크바 인근 방공군 사령부에서 미국의 핵미사일을 감시하고 있었다.

0시 40분쯤 인공위성과 연결된 컴퓨터에 미국의 핵 공격을 알리는 긴급 경보가 떴다. 처음엔 컴퓨터의 오작동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컴퓨터는 계속 경보를 발령했다. 2발, 3발, 4발, 5발… 일순 갈등이 컸지만 상부에 즉각 보고하지 않았다. 판단은 정확했다. 인공위성이 구름에 반사된 햇빛을 핵미사일로 잘못 감지한 것이다.

그가 곧이곧대로 보고했더라면 소련이 보복공격을 감행할 가능성이 높았다. 당시 소련은 3주전 KAL기를 격추한데다 미국과의 관계가 악화 일로에 있었다. 그는 보고서 잘못 기재를 이유로 좌천됐고 곧 군복을 벗었다. 전도유망한 군인이 파멸한 것이다.

연금을 받으며 가난하게 살다가 1990년대 방공군 사령관의 회고록으로 인해 이 사실이 밝혀졌다. 2006년 뉴욕으로 초청돼 '세계시민상'을 받고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한 일은 없다. 그 시간에 그 자리에 있었을 뿐이다."

박병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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