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급발진 사고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를 둘러싼 오랜 논란에 종지부를 찍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은 급발진 사고로 벤츠 자동차의 파손 피해를 입은 소비자가 벤츠 승용차 판매사인 한성자동차㈜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 준 것이다.
판결 요지는 자동차처럼 고도의 기술이 집약된 제품은 일반인이 그 결함을 입증할 수 없는 특수성이 있는 만큼 제조업자가 결함이 없음을 증명해야 하며 그렇지 못하면 제조사가 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법원 판결은 급발진 사고에서 차량 결함이 원인이라는 주장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고, 특정 안전장치 미장착 등 명확한 문제가 입증됐을 때만 예외적으로 제조 및 판매사의 책임을 인정해왔다. 따라서 이번 판결은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한 획기적 판단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의 차량 급발진 사고 상담건수는 2004년 80건에서 2006년 112건, 지난해 101건 등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하지만 차량 제조업체는 차량 결함은 있을 수 없으며 사고 원인은 운전 미숙일 뿐이라고 주장해왔다. 이런 막무가내식 책임 전가는 급발진 사고 원인의 입증 책임을 소비자에게 지운 기존의 법원 판결에 책임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급발진 사고에서 차량 결함이 없음을 입증하는 것은 결함이 있음을 증명하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소비자는 제조사에 비해 전문지식이나 자금력 등에서 약자일 수밖에 없다. 약자에게 원인 규명 책임을 지우는 것은 정의롭지 못하다. 이번 판결이 급발진 사고를 당하고도 피해보상을 받지 못했던 소비자들의 억울함을 푸는 한편 자동차회사가 보다 안전하고 결함률이 낮은 차량을 생산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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