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학부모 생각] 가을, 추억을 만들어보자

지난여름 많이 덥지 않았던 탓인지 아침저녁으로 불어오는 바람에 여름의 초록들이 하나둘씩 사라져감에도 '지금이 가을인가'라는 생각을 해 본다. 낙엽이 우수수 떨어져 길가에 수북이 쌓이면 가을을 실감할 수 있을까?

가을은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는 천고마비의 계절이다. 우리 엄마들도 덩달아 살이 찌는 조금은 슬픈(?) 식욕의 계절이다. 가을은 지난여름 더위에 지친 우리에게 마음의 양식을 쌓게 하는 독서의 계절이다. 가을은 아침저녁으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과 따스한 햇살에 새로운 무언가를 하고 싶어지는 의욕의 계절이다. 가을은 높고 파란 하늘과 황금 들녘, 울긋불긋 예쁜 단풍들이 우리의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하는 계절이기도 하다.

이렇게 가을은 우리의 몸과 마음을 풍요롭게 한다. 그 풍요로움이 우리에게 가을을 기다리게 하고 지나간 가을들을 추억하게 한다. 추억은 또한 사람의 마음을 풍요롭게 하고 삶을 살아가는 원동력을 주기도 한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추억으로 살 수 있다'고 했던가.

우리 아이들이 과도한 학업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조금은 여유롭게 어린 시절의 추억을 많이 만들었으면 좋겠다. 초등학교 때를 생각하면 그때의 추억들이 즐겁고, 중학교 때를 생각하면 또 그때의 추억이 즐거운, 아이들 모두가 그렇게 마음이 풍요로운 어른으로 자랐으면 좋겠다.

형제가 없어 혼자인 아들을 볼 때마다 나중에 커서 꺼내 볼 수 있는 추억거리가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몇 년 전 가을, 아이가 다섯 살 때, 어린이집에 들어가기 전에 추억을 만들어 주겠다고 단양으로 2박 3일의 여행을 떠난 적이 있었다. 아이가 태어난 이후로 변변한 여행 한 번 못해 본 우리 가족에게는 아이와 함께한 첫 여행이었기에 더욱 기억에 남는 소중한 추억의 하나가 되었다.

지금도 가끔 나와 남편은 사진을 보며 그때를 추억한다. 즐겁게 웃고 있는 우리 세 식구를 보면 마음이 흐뭇해진다. 아이는 그때를 잘 기억하지 못하지만 나의 이야기를 들으며 덩달아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이 가을 아이와 함께 멋진 추억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돈을 많이 들여 외국을 가지 않아도, 유명하고 화려한 여행 장소가 아니어도, 특별한 볼거리가 없어도, 시간을 많이 내지 않아도 좋지 않을까? 거창하고 새로운 것들을 하지 않아도 아이와 함께 무엇인가를 하고,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훗날 아이에게는 소중한 추억의 하나가 될 거라고 믿는다.

천연정(동변초교 2년 정민재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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