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이 쉬어가고 있다. 마라톤 코스를 무작정 빨리 뛰고 숨을 헐떡이는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 이런 시장에서의 조정이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바로 최근 시중자금의 이동 모습이다. 환율하락에 따른 환차손을 줄이기 위해 외국인들이 주식을 파는 것도 주식시장에서의 이유이겠으나 국내의 자금동향도 몇 가지 특징을 보이고 있다.
먼저 은행으로의 자금유입이다.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이 다시 늘고 있다. 올해 말 만기가 돌아오는 정기예금 고객을 붙잡으려는 은행권의 전략이 일단 성공한 것으로 풀이된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9월 말 기준 269조3천42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8월말 잔액이 267조768억원까지 떨어졌지만 한 달 만에 2조2천655억원 늘어났다. 특히 총수신 잔액이 줄어든 가운데 정기예금 잔액이 증가하는 것은 4개 은행 기준 올 들어 처음이다.
총수신 잔액은 8월 570조6천915억원에서 9월 569조2천233억원으로 1조4천682억원 줄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유동성 자금이 많이 풀린 상황에서 주식으로 가던 자금이 은행 예금에 머물고 있고, 주식시장이 고점에 왔다는 심리와 앞으로 금리가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합쳐진 결과로 보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머니마켓펀드(MMF) 등에 묶여있던 자금이 장기 투자 상품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도 정기예금 증가에 힘을 싣고 있다. 조만간 출구전략이 이행될 것이라는 전망 속에 단기물 금리가 오르면서 MMF 등의 매력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4개 은행의 MMF 잔액은 9월 말 20조7천320억원으로 8월 말에 비해 2조1천306억원 감소했다. 또 신한금융투자와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9월 한 달 동안 전체 MMF 상품 잔액은 16조2천924억원 유출되면서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으로 설정액이 80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금리인상이 예상되면서 일정기간 단위로 금리가 변하는 회전식 예금이나 양도성예금증서(CD)에 연동되는 예금도 재테크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7월 3개월 물 CD금리가 2.41%에 머물러 있을 때만 해도 외면받았던 CD 연동예금도 8월부터 CD금리가 본격적인 상승세를 타면서 자금이 몰리고 있다. CD금리는 이달 1일 기준으로 2.76%까지 올랐다. CD연동예금에 1년 만기로 가입하면 3개월마다 CD금리를 반영해 예금금리도 바뀐다. 이처럼 은행으로 돈이 몰리면서 예금은행의 총 예금은 지난 8월 14조8천억원이 증가한데 이어 지난달에도 25일까지만 15조원이 늘었다. 주식형펀드나 MMF에서 이탈한 자금은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채권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생명보험업계 또한 이번달 공시이율을 연 5%대로 지난달보다 0.5%P까지 올리는 등 시중 부동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한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다음은 펀드로의 자금흐름이 호황기 때와는 다르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큰 운용회사의 대표 주식형펀드가 아닌 중소형 사모펀드와 베어마켓펀드로의 자금유입이 보이는 것이다. 주식형펀드에서 올 들어 최대 규모의 자금이 빠져나가는 악조건 속에서도 사모형 펀드에는 자금 유입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개인과 중소법인 등 거액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사모펀드 설정이 줄을 잇고 있다. 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공모펀드에서 3조원 이상이 빠져나갔다. 반면 사모 주식형펀드는 2천억원 가까운 자금을 불러모았다. 국내외 해외 주식형펀드에 각각 1천116억원과 867억원이 순유입됐으며 특히 해외 주식형펀드는 5월 이후 5개월 연속 자금이 들어왔고 유입 규모도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개인들의 적립식 투자가 주를 이루고 있는 공모형 주식펀드와 달리 사모형 펀드는 연기금의 주식 위탁운용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나 최근 연기금의 자금 집행이 미미한 가운데 개인 투자자와 중소법인 투자자들이 사모펀드 설정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공모펀드와 달리 소수의 투자자로 펀드를 구성해 펀드 매니저에 적극적으로 의견 개진을 할 수 있고,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탄력적인 운용이 가능하다는 점이 거액 투자자들로부터 꾸준히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하나가 코스피지수가 연중 고점인 1700선을 찍은 후 하락세로 돌아서자 주가하락에 베팅하는 베어마켓펀드를 찾는 투자자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는 것도 짚어보자. 베어마켓펀드란 주가지수 선물을 거래해 주식시장이 하락할수록 수익이 나는 구조로 설계된 펀드다.
코스피지수가 연중 최고점을 찍은 지난달 22일(종가기준, 1718.88)부터 이달 1일까지 10일간 국내 주식형펀드는 -2.73%의 평균수익률을 기록했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는 4.32% 하락했다. 반면 베어마켓펀드는 1.76%의 평균수익률을 기록, 약 4.5%포인트의 초과 성과를 올렸다. 주가조정 국면에서 베어마켓펀드를 활용하면 추가 수익을 낼 수 있지만, 베아마켓펀드는 증시 하락이라는 한 방향에만 투자해 리스크가 큰 만큼 적립식보다는 거취식이, 주요 투자대상보다는 자산배분차원에서 대안투자로 활용해야 한다.
이러한 시장의 흐름과 시중자금의 변화가 앞으로 경기와 지수에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인지 시장 방향을 한번 더 신중하게 살펴야 할 때이다. 지금은 샴페인을 터뜨릴 때는 아니다. 053)746-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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