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전에 서울대학교 지역균형선발 1차 합격자가 발표됐다. Y대도 1차 통과 여부를 알렸다. 지난주 K대도 전형에 따라 1차 통과자를 발표했다. 대한민국 고교생이 가고 싶은 대학이라 학생, 교사, 학부모의 관심이 집중됐다. 완전한 합격은 아니지만 30~50% 확률이 있기에 일단 이 관문 통과는 의미가 크다.
고교 3년 동안 오직 학업에만 열중해 온 제자는 서울대 생명공학과와 K대 의예과, 그리고 지방에 대학이 있지만 서울에 대형 병원이 있는 Y대 의예과를 지원했다. 제자는 초등학교 때 필자와 인연이 닿았는데 남다르게 성실했으며 매우 똑똑했다. 통합적인 사고력에다 문제를 끝까지 풀어내는 인내심을 보면서 어떤 일이 주어지더라도 잘해낼 것이라는 믿음을 줬다. 중학교를 수석 졸업하고 고교도 수석 입학했다. 특목고에 입학할 성적이 됐지만 집 근처에 있는 일반계 고교에 진학했다. 수시와 정시 두 마리 토끼를 잡을 만한 실력을 갖췄기에 그리 나쁜 선택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제자는 '악바리'라는 소리를 들으며 내신을 관리해 서울대 지역균형선발 1차를 통과했다. 서울대 의예과가 목표였지만 아주 근소한 성적 차이로 생명공학과를 지원했다. 의사가 되고 싶은 제자는 의학전문대학원을 염두에 두고 과를 선택했다.
지난 금요일, 기말고사 감독을 마치고 학교 현관에서 제자의 어머니와 마주쳤다. 시험이 끝난 후 학교에 남아 공부하는 딸을 위해 도시락을 갖다주러 오셨다. 자식의 노력만큼이나 어머니의 정성도 남다르다. 잠깐 동안 아이들의 수시 지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K대 의예과에 지원한 성적이 산출기준으로 만점인데 1차 합격자에 들어가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지난해 필자의 아들도 K대 의예과에 지원해서 실패했기에 결과가 새삼스럽지 않았다. 딸애도 수시 일반전형에 원서를 내놓았지만 그 벽을 넘을 수 있을까 낙담이 앞선다.
솔직히 기대는 하고 있지 않다. 최근 한 언론의 보도처럼 만점 내신 성적은 합격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것, 취업을 위해 대학생들이 쌓아두는 스펙이 고교생활기록부에 경상도식 표현으로 '삐까번쩍'해야 합격 대열에 낄 수 있다는 것이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대학을 선도하는 일부 대학이 계층 간의 양극화를 더 벌어지게 한다는 인식은 특목고생을 두지 못한 부모의 피해의식일까? 필자는 서울대 지역균형선발에 합격한 수험생들이 Y대와 K대에 지원해서 1차 통과자가 어느 정도 되는지 알고 싶다.
학문은 인내와 성실함이 뒤따라야 좋은 결과가 나온다. 대학은 고교에서 배운 기초교육을 전문화시키는 곳이다. 19세 아이들은 많은 잠재력을 갖고 있다. 학문에 대한 열의가 있고 성실한 학생이라면 대학 교수님들의 강의를 훌륭히 소화해낼 수 있을 것이다. 세상살이는 반전의 기회가 있어야 사는 맛이 난다. 처음부터 갖춘 사람만이 득세하는 세상은 희망이 없다. 관기의 자식으로 태어난 장영실을 선택한 세종대왕의 안목을 일류대학에서 솔선수범하면 어떨까. 새로이 등장한 광화문의 세종대왕 동상이 이 시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라고 생각하고.
장남희(운암고 3년 임유진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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