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는 못 속인다?"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란 말이 있다. 체육계를 두고 한 말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스포츠 스타 출신 부모를 둔 스포츠 유망주 2세가 의외로 많다. 부모의 종목을 그대로 잇는 경우도 있고 다른 종목에서 스타를 꿈꾸는 이들도 적잖다.
이는 부모로부터 운동적 재능을 선천적으로 물려받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함께 생활하면서 직접 보고 경험한 후천적인 영향도 크다. 특히 스포츠인 특유의 승부욕과 강한 정신력의 대물림도 큰 역할을 한다. 또 요즈음엔 유명 스포츠인이 되면 부와 명예를 한번에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스포츠 세계를 누구보다 잘 아는 선수 출신 부모가 자신의 경험을 살려 가장 효과적이고 현실적인 방법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것도 2세 스포츠인이 많은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축구 선수 출신 자녀 중엔 역시 축구 선수로 활약하고 있는 2세가 단연 눈에 띈다. 선천적인 재능을 물려받은데다 누구보다 빨리, 또 쉽게 축구를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세네갈과의 A매치 평가전에서 한국 축구대표팀 막내로 출전, 결승골을 터뜨린 기성용의 아버지도 축구 선수 출신인 기영옥 광양제철고 전 감독이다. 3년 만에 한국 대표팀에 발탁, 성공적으로 복귀한 차두리와 차범근 수원 삼성 감독은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축구 부자. 프로구단 강원 FC 최순호 감독의 아들 최원우도 경남 FC에 입단, 현재 광주 상무에서 뛰고 있다.
야구·농구에서도 마찬가지다. 이순철 전 LG 감독의 아들 이성곤은 한국 청소년 야구 대표팀 외야수로, 최근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는 데 일조했다. 명포수 출신의 유승안 현 경찰청 감독의 아들 유원상도 한화 이글스에 1순위로 지목돼 프로에서 뛰고 있는 야구 선수다. 최근 은퇴 후 지도자의 길로 들어선 '기록의 사나이' 송진우의 아들 두명(우석·우현)도 모두 중·고교에서 야구를 하며 야구 선수의 길을 걷고 있다.
프로농구 남매 스타인 하승진·하은주는 국내 최장신 센터로 명성을 떨쳤던 하동기의 자녀이고, '농구 천재' 허재 KCC 감독의 두 아들 허웅·허훈도 아버지의 뒤를 이어 중·고교 농구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아시아의 물개' 고 조오련의 아들 조성웅도 수영 국가대표로 활약했고 '탁구 여왕' 현정화 감독의 딸 김서연도 '제2의 현정화'를 꿈꾸며 녹색 테이블을 땀으로 적시고 있다.
부모와 다른 종목을 택한 스포츠 스타 2세도 많다. 88 서울올림픽 유도 금메달리스트 김재엽의 아들은 고교 축구 선수, 강만수 프로배구 KEPCO45 감독의 아들은 야구, 왕년의 배구 스타 장윤창 경기대 교수의 아들은 농구 선수로 구슬땀을 흘리며 아버지와 다른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 있다. 얼짱 농구 스타로 인기를 끌다 스포츠 해설가로 변신한 신혜인의 아버지도 프로 배구 삼성화재의 신치용 감독이다.
여러 스포츠 종목 중에선 골프가 유독 도드라진다. 이는 선천·후천적으로 물려진 자녀의 탁월한 운동신경을 비교적 수명이 길고 진로 개척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골프에 연결시키려는 부모의 노력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탁구 스타 출신인 안재형·자오즈민 부부의 아들 안병훈은 US 아마골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해 이미 유명세를 탔다. 이 과정에서 안재형의 '맹부삼천지교'는 유명한 일화로 알려져 있다. 김호철 현대캐피탈 감독의 아들 김준은 이탈리아 골프 대표로 뛰었을 정도의 실력파이고, '적토마' 고정운의 딸도 골프를 하고 있다. 특히 야구 스타 출신 중 골프 선수 2세가 많은데 김재박 LG 감독의 아들 김기현은 미국에서 골프 레슨 프로로 활동하고 있고, 김준환 원광대 감독의 딸 김상희, 김용희 전 롯데자이언츠 감독의 아들 김재호는 프로 골퍼다. 김성한 전 KIA 타이거즈 감독, 김용철 전 경찰청 감독의 자녀도 골퍼의 길을 가고 있다.
그렇다면 지역에도 유명 스포츠 가족이 있을까. 우선 축구 국가대표 출신의 백종철 영진전문대 여자축구부 감독과 백하민 부자가 있다. 계성고 농구 선수로 뛰고 있는 백하민은 중3 때인 지난해 뒤늦게 농구의 세계에 뛰어들었지만 짧은 기간에 비해 발전 속도가 아주 빠르다는 평을 듣고 있다. 188㎝의 큰 키에 하체도 좋은 등 농구에 적합한 신체 조건을 갖춰 유망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백종철 감독은 "아버지가 축구 감독인데도 어릴 때부터 축구엔 큰 관심이 없었다. 농구를 너무 좋아하고 즐겨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농구를 시작하게 됐다. 아들도 성실하게 훈련하고 무엇보다 농구를 즐겨 선택에 후회는 없다. 농구도 물론 잘해야겠지만 인격도 갖추고 공부도 잘하는 선수가 됐으면 하는 게 바람"이라고 했다.
선동열 삼성라이온즈 감독의 아들 선민우도 아마추어 골프 선수다. 어릴 적부터 골프채를 잡았고 현재 대학에 다니며 프로 골퍼 입문을 준비하고 있다. 선동열 감독은 아직 내세울 만큼 골프를 잘하는 것이 아니어서 현재로선 크게 자랑할 게 없다"고 겸손해 했다. 삼성라이온즈 감독 대행 및 전 경북고 감독을 지낸 조창수씨의 딸 조윤희·윤지 자매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다. 조윤지는 최근 KLPGA 2부 투어 대회에서 정상에 오르기도 했다. 윤희·윤지 자매의 어머니도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여자 배구 동메달을 딴 배구 스타 조혜정이다. 김덕용 대구 중구청 양궁 감독의 두 아들 김하늘·노을도 양궁 선수인데, 김하늘은 호주 양궁 국가대표로 베이징올림픽에 출전하는 등 활약하고 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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