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지금 사랑하고 있습니까

박소유
박소유

우리의 마지막은 언제일까요? 아무도 알지 못합니다. 티베트인에게는 '내일과 다음 생 중에 어느 것이 먼저 찾아올지 우리는 결코 알 수가 없다'라는 속담이 있답니다. 우리가 마지막 때를 알 수 있다면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게 될까요?

티베트에 갔을 때였습니다. 해발 4,500m나 되는 고원을 지나가면서 고산 증세로 머리와 가슴이 터져 버릴 것 같은 두려움에 떨고 있을 때, 티베트 사람들의 순진무구한 얼굴을 보면서 위안과 감동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사람처럼 반가워하고 음식을 권하는 그들에게 저는 낯선 여행자가 아니라 그들이 오늘 만난 이웃의 한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들에게는 종교와 삶이 하나였으니, 오직 신을 향해 온몸을 던지는 오체투지와 오늘 이웃에게 최선을 다하는 삶을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요즘 우리는 너무나 정신없이 살고 있지 않습니까? 늘 보는 이웃인데도 차 한잔 나눌 시간이 없고, 한번 보자는 친구에게 바쁘다는 핑계로 기약 없이 다음으로 미루고, 가족은 어떤 것도 받아 주리라는 생각에 상처 주는 말은 함부로 하면서도 그 상처를 보듬고 다독여 줄 시간은 갖지 못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사랑밖에는 내놓을 게 없는 존재들입니다. 얼마 전 성당에서 큰 잔치가 있었는데, 신자들뿐만 아니라 성당 주위에 사는 사람들까지 점심을 함께한 자리였기에 무엇보다 뒷설거지가 큰일이었습니다. 얼마든지 모른 척할 수 있는 일이었는데도 기꺼이 일손을 보탠 많은 사람들 덕분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던 설거지를 마쳤을 때, 이 세상을 살맛나게 만드는 것은 바로 사랑의 힘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늘 보던 이웃이 세상을 떠난 줄도 몰랐고, 다음에 한번 보자고 했던 친구는 밥 한 그릇 먹기도 전에 암으로 우리 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절체절명의 순간에 가족들에게 '사랑한다'라는 메시지를 남기는데 평소에는 왜 사랑한다고 말하지 못할까요. 우리는 눈앞에 있는 모든 게 영원하리라는 착각 속에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습니다. 우리 생의 마지막이란 언제나 지금이라는 걸 말입니다. 눈앞에 있는 모든 것들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내일과 다음 생 중에 어느 것이 먼저 올지 우리는 결코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 사랑하십시오. 처음이자 마지막인 것처럼.

시인 박소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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