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녹색바람 일으켜라 뜨거운 대구·경북

친환경 에너지 기술력 지역기업들 거센 글로벌 도전

태양광,풍력발전소 사진
태양광,풍력발전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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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이 두 달 밖에 남지 않은 요즘 우리에게 녹색과 그린은 너무도 친숙한 용어가 됐다. 온갖 매스컴에 도배되다시피 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 기업, 공기업은 물론 병원, 학교까지 녹색과 그린 물결에 동승한 주체도 다양하다. 곧 초·중·고교에서 학생들에게 녹색성장 교육까지 한다.

언제부터 그랬을까? 1995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국제 환경회의가 열렸을 때만 해도 '그린'은 낯선 용어였다. 국제회의가 열릴 때 잠시 관심을 가졌다가 잊어버렸다.

그랬던 '녹색'과 '그린'이 성큼 우리 곁에 다가온 것은 지난해 광복절부터다. 이명박 대통령이 광복절 축사에서 '저탄소 녹색성장'을 새로운 60년 국가 비전으로 선포했다. '환경혁명' '녹색기술' '그린홈' '그린카' 등 다소 생경한 어휘를 여러 개 쏟아냈다. 그리고 14개월이 지난 지금 녹색성장은 온 국민의 관심사가 됐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마저 이런 대한민국에 놀라고 있다 한다. 대단한 대한민국 대통령의 힘이자 놀라운 속도와 집중력을 보이는 대단한 대한민국 국민이다.

대구·경북도 녹색성장의 한 배를 탔다. 내용은 다르지만 대구시와 경북도는 각각 녹색성장을 비전으로 삼았다. 시·군·구의 경쟁도 뜨겁다. 풍력의 상징인 영덕과 원자력발전소를 갖고 있는 경주, 울진은 물론 녹색성장과 환경경영을 제1 가치로 내세운 포스코를 갖고 있는 포항이 경쟁에 나섰다. 구미는 녹색기업 유치로 맞불을 놓고 있다.

녹색 바람을 탄 대구·경북의 힘은 해외로 뻗어 나가고 있다. 기업 덕분이다.

신재생에너지 전문 기업인 대구 동서기연(대표 이진호)은 캄보디아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태양열발전소 프로젝트로 태양열로 물을 끓여 나온 수증기로 터빈을 돌리는 기존 방식과 달리 공기를 압축해 터빈을 돌리는 이스라엘 방식으로 캄보디아 정부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 대통령의 최근 캄보디아 국빈방문에서 논의 주제로 선정됐다.

지식경제부로부터 신재생에너지 관련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업인으로 선정돼 산업포장을 받은 김범헌(48) 한라정공 사장은 우리나라 1호 태양광발전소 설립자다. 그는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인도와 캄보디아, 남미 진출을 준비 중이다.

대경솔라(대표 노석훈)는 칠레 정부와 총사업비 13억5000만 달러에 발전규모 150㎽급에 이르는 태양광발전소를 건립, 이 곳에서 생산되는 전기를 칠레 정부가 전량 매입키로 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칠레 정부가 외국인 투자에 대해 승인한 사업 중 1999년 이후 최대 규모다. 노 대표는 칠레 프로젝트에 이어 남아프리카공화국, 우즈베키스탄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국내 태양광전지 분야 선두 기업인 미리넷솔라(대표 이상철)는 이탈리아 태양광 업체와 내년부터 2013년까지 5년간 1억7천만 달러 규모의 솔라셀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홍콩에 1천400억원 규모의 태양광전지 수출계약에 이어 네번째 대규모 수출 계약이다. 누적 공급 계약액만 1조원을 돌파했다.

포스코와 대성그룹은 대표적인 지역 녹색기업이다. 대성그룹은 몽골에서 활약이 돋보인다. 몽골의 사막을 녹화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포스코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발전용 연료전지 공장을 포항에 세워 상업생산을 하고 있다. 연간 50㎽규모의 발전용 연료전지를 생산하는 이 공장은 기존 세계 최대였던 미국 코네티컷주 FCE(Fuel Cell Energy)사 공장의 2배 규모다.

포스콘은 제주도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 구축사업 컨소시엄에 참여했다. 스마트그리드는 기존 전력망에 정보기술(IT)을 접목, 전력 효율을 최적화하는 차세대 전력망으로 꿈의 에너지 절약 기술로 불리고 있다.

경주로 본사를 이전하는 한국수력원자력이 경주 양북 지역에 조성할 60만㎡ 규모의 신재생에너지 산업단지도 주목받고 있다. 녹색산업의 하나인 원자력을 생산하는 한수원이 조성하는 신재생에너지 산업단지는 신재생에너지 기업의 인기를 끌 것으로 보여 천년고도 경주가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메카로 거듭나는 씨앗이 될 것이란 기대다.

대경씨티오(공동대표 허정)는 대구경북 지역의 정보기술(IT), 기계, 자동차 부품, 발전기 제조회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최고 기술책임자 10명이 공동 출자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수소가스 제조 기술 사업화 ▷신재생 에너지 사업 진출 등 '선수 10명'의 목표가 야심차다.

외국 기업도 이런 대구·경북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세계적인 태양전지 장비 제조업체인 독일의 로스앤라우(ROTH&RAU)가 대구 신재생에너지 기업인 하이드로젠파워(대표 이영호)와 달성2차산업단지에 박막태양전지 생산공장을 설립하는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김범일 대구시장의 주선을 통해서다.

정치와 녹색산업을 병행하는 기업가도 있다. 소형풍력발전기 관련 제품을 생산하는 포항의 씨알텍 노선희 대표는 MB정부 인수위에서 부대변인으로 활약했다. 한나라당 경북도당 김세호 대변인은 수처리 전문업체인 플러스ENC 대표로 사업이 활발하다.

녹색산업이 황금알 거위만은 아니다. 고만고만한 기술로 도전했다가 실패하는 기업이 훨씬 많다. 대구은행 한 관계자는 "녹색기업 가운데 10~20%가 살아남는다고 보면 될 것"이라며 "단, 경쟁에서 이긴 기업은 로또라고 보면 된다"고 했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도 시장 진입 장벽이 너무 높다. 자금력이 달리는 신기술 기업이 정부 지원을 요청하면 실적부터 먼저 요구해 공무원과 '닭'과 '달걀' 논쟁만 벌이다가 좌절하는 경우도 많다. 때문에 녹색성장 기술의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추는 방안을 정부가 찾아야한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최재왕기자 jw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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