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간 급한 신종플루 단체 접종 "이대론 걱정"

건강 체크 아예 않기도, 응급상황 대처 어려움

지난달 30일 대구 한 신종플루 거점병원 강당에는 수십 명의 의료진이 신종플루 예방백신을 접종하기 위해 줄을 서 있었다. 접종 대상자는 사전예진표를 작성해 가정의학과 의사의 예진을 받았다. "열이 있습니까? 계란 알레르기가 있습니까?"라는 형식적인 질문과 답변이 이어졌다. 서서 주사를 맞는 것이 위험한데도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었다.

일부 거점병원들이 신종플루 예방백신 접종 시간을 줄이기 위해 진료실이 아닌 강당에서 단체로 접종하고, 간호사들에게는 백신을 그냥 나눠줘 자체 접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지켜본 한 의사는 "예방접종도 확률은 아주 낮지만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만약의 상황에 즉시 응급조치를 할 수 있는 장소에서 이뤄져야 하고 예진도 철저히 해야 한다"면서 "의사들부터 수칙을 지키지 않는데 곧 시작될 학교 등에서의 단체접종은 어떻겠느냐"고 말했다.

이달 시작되는 신종플루 예방백신 단체접종을 앞두고 접종 과정의 위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수백 명을 같은 장소에서 한꺼번에 접종하는 방식은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기 때문에 투입 의료진을 늘리거나 인근 병의원으로 분산해 접종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대구시와 경상북도는 초·중·고교생에 대한 신종플루 예방백신 접종을 예정보다 일주일 앞당긴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 11일부터 각각 41만명, 37만5천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접종에 들어갈 계획이다. 학교에는 의사 1명과 간호사 2명을 포함한 예방접종 팀을 보내 하루 500명 정도를 접종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의료계에서는 의사 1명이 하루 500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충분한 예진시간을 갖고 안전을 확보하기는 힘들 뿐만 아니라 강당 단체 접종을 실시하면 응급상황 발생 시 대처가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구 한 대학병원 의사는 "계절인플루엔자 접종 후 사망 사례가 발생한 만큼 신종플루 접종도 신중해야 한다"면서 "하루 수백명을 한꺼번에 접종하면 학생들의 건강상태를 일일이 확인하기 어려워 위험이 높다"고 주장했다.

대구시와 경북도 관계자는 "신종플루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빨리 접종을 끝내야한다"며 "예진과 접종 후 이상반응 감시 등을 철저히 해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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